#런던에서 한 달 살기
D+1
삐그덕거리며 열리는 흰색 대문.
꿉꿉한 카펫의 냄새.
철컹 닫혀버리는 불친절한 엘리베이터.
카펫으로 감싸진 조금 높은 계단.
방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싱글 침대와 작은 옷장,
책상과 의자, 등 뒤에 있는 미니 세면대,
위로 들어 올리는 오래된 창.
빛이 깊숙이 들어오는 세평 남짓한 공간이 일주일간 머물 곳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은 같은 층 복도에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지만, 저렴한 숙박비에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집은 런던대 기숙사였다.
런던의 많은 대학교 기숙사들은 방학 동안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일정 중 일주일이 맞아 예약한 정경대 기숙사는 런던 한 복판에 있지만 숙박비는 호스텔보다 저렴했더랬다.
서른이 넘어 학생 기숙사라니.
짐을 옮기며 조금 머쓱 거리는데 계단에서 중년의 아저씨를 만났다. 캐리어를 옮기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도와줄게라며 말을 걸었다.
괜찮다고 천천히 옮기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아저씨는 한 손으로 캐리어를 번쩍 들고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와인 한 병을 든 채.
하지만 만만치 않았던 가방 무게 때문에 첫 번째 계단을 오르다 손이 땅에 닿았다.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야. 오늘 저녁 와인은 괜찮아!”
이젠 정말 여행을 하고 싶어.
여행을 할 수 없으니 회상이라도 할게.
,
런던에서 한 달 살기,
사실은 두 달 살기를 한 소소한 에피소드와
런던 여행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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