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의 경계를 넘어.
* 축구와 축구선수를 너무 사랑해 나는 다음생엔 축구선수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연찮게 직장에 여성 풋살동호회가 생기게 되며, 이번 생에 그 꿈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마침 직장 사보에 글을 올릴 일이 있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편집되지 않은 원본을 이곳에 기록합니다.
오늘은 풋살 훈련있는 날! 업무를 마치자마자 직장 축구장으로 뛰어갔다. 멀리서 기정님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보인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축구장이었는데, 이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이곳에서 풋살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 직장에 여성 풋살동호회가 생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나이에 운동도 잘 못하는 내가 가입해도 될지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풋살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기에 ‘일단 첫 모임에 나가보고 정말 못하겠으면 그때 그만두자’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가입했다. 올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직장 초년생일 때 철이 좀 없기도 했지만, 일하면서도 자주 웃는 편이었다. 그러나 직장생활 경력이 길어질수록 점점 표정이 없는 차분한 사람이 되었다. 사실 그 차분함 뒤에는 여린 마음과 긴장을 감추려 애써온 내 모습이 있었다.
처음 풋살을 하면서는 누가 밀지 않아도 혼자 넘어지곤 했고, 공을 발로 컨트롤하는 것이 어려워 패스 미스도 자주 했다. 잦은 훈련으로 몸에는 매일같이 멍이나 상처가 생겼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피할 수 없는 실수들이 오히려 나를 더 편안하게 해주었다. 운동을 마치고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밝아진 내 표정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풋살을 할 때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훈련 도중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나를 마주하면서, 언젠가는 낫게 되는 상처들을 보며 내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오늘은 미니게임 중 골을 넣었다. 골을 넣는 일이 내게는 매우 드물었기에, 무척 기뻐하며 어시스트해준 진아님을 가볍게 안았다. 여태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누군가를 먼저 안아본 적이 있었던가. 그 짧은 순간,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