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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숲 Jan 12. 2020

나의 출근 길 메이트 철업디(cheer up DJ)

아침에는 철파엠에 고정



내 지인들은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을 어떻게 날마다 다니느냐 면서 나의 출근길을 걱정했다. 멀어도 매일 가는 출근길이 내게는 즐거운 시간이다. ‘날마다 숲으로 출근하는데 어느 곳인들 안 좋을 수 있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겁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한 시간씩 운전하는 길에는 동행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라디오를 들었다. 아침에 갈 때는 김영철의 파워 FM을 듣고 집에 올 때는 배캠(배철수의 음악캠프)을 듣는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 여덟시에 출발하면서 스위치를 켠다. 라디오 주파수는 철파엠(김영철의 파워에프엠)에 고정되어 있다. 익숙한 김영철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철본색 코너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나 책에 나온 문장을 소개해준다. 그날 어느 청취자가 보내준 글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철업디(영철 디제이 별명)가 ‘모르는 세계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라는 명언을 소개했다. ‘어른은 무엇이든 다 아는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어른은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실수도 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들인 줄 알고요. 그렇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라는 어른은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가. 여러분들도 남의 실수에는 엄격하고 나의 잘못에는 얼마나 관대한가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지 않나요?’  이때 철업디의 대사를 적어놓은 것도 아니고 오래 지나 쓰려니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이런 의미의 말을 한 것 같다. 그때 그 말은 꼭 나들으라고 하는 것 같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있다.

   

타일러가 날마다 한마디씩 영어표현을 알려주는 진미영은 내가 좋아하는 코너이다.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라고 외치면서 타일러가 등장한다. 라디오지만 개구쟁이 같은 타일러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진미영은 8시 10분쯤 나오는데 그때 난 계룡터널에 진입하기 전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타이밍이다. 가끔 출발이 늦어서 충대 앞을 지날 때 진미영이 나오기도 한다. 

“아, 왜 벌써  타일러가 나오는 거야!” 

하면서 애꿎은 진미영에게 투정을 부린다. 타일러가 소개하는 영어회화를 큰소리로 따라한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영어 못한다고 창피할 게 없지만 내 발음에 셀프웃음이 터진다. 내일 당장 써먹어볼 듯이 본토발음처럼 한껏 발음을 굴려서 소리 내어 따라한다. 진미영을 들을 때마다 나는 두 사람이 좋아진다. 타일러와 영어로 대화하는데 손색이 없는 김영철의 실력과 노력에 감탄하고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타일러에게도 감탄한다.  

  

철파엠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기자, 영어강사, 개그맨, 경제전문가, 아나운서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다. 코너 속에서 뉴스를 전하고, 경제상식과 직장인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게스트들의 캐릭터에 맞게 대화를 하는 철업디는 적절하고 현란하다,  김영철과 리포터들 간의 대사가 너무 웃겨서 배꼽 잡을 때가 많지만 개그 속에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의 절묘함이 있다. 작가가 써주는 대본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어쩜 저 상황에서 저렇게 재치 있는 입담이 나오는지 개그맨은 가장 어려운 연예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긴장을 풀고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것. 철파엠을 들으면서 웃고 영어를 따라하고 노래 부르고 퀴즈를 풀다보면 언제 왔는지 모르게 사무실에 도착해있다. 하루치 에너지를 가득 충전 받아 발걸음에 기운이 넘친다. 오늘 나도 재치 있고 사려 깊게 다른 이를 충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의 옆에서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함께 있으면 밝아지는 기운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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