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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세금 내기 위해 일합니다

by 손프로

토지거래허가 약정서를 쓰고 허가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구청에 접수했다. 내 돈으로 내가 필요한 집을 사는 데 왜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류를 꼼꼼하게 챙기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정식으로 계약서를 쓸 수 있고, 계약서를 써야 대출 접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허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구청에 접수한 지 2주 만에 허가를 받아 바로 계약서를 썼다.


매도인 : 동의서 제출하라고 계속 연락은 오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사장님 : 소유권 등기를 빨리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동의서 걷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서 구청에 금방 접수할 것 같네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소유권 등기 이전을 빨리 하는 건 좋았지만 바로 취득세를 납부할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수백만원씩 일년 내내 취득세 할부를 내야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도해버린 2주택에 대한 재산세 할부도 아직 남아 있었고, 여기에 매달 주담대 원리금도 추가될 예정이었다. 근로소득으로 세금 납부와 주담대 원리금 상환을 하고 나면 최소한의 생활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갈아타기였을까.


폭풍같은 여름을 보내고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왔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새로운 등기권리증과 부채가 남아 있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여정에 대출은 당연한 동반자라지만 대출과 함께하는 삶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If~

이후 1015 규제가 나오면서 주택의 매매가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대출의 한도도 달라졌다. 15억 이하 주택은 6억, 15억 초과~25억 이하 주택은 4억, 25억 초과 주택은 2억으로 대출 한도를 줄여버림으로써 갈아타기 자체가 더 어렵게 됐다. 다행히 8월에 움직였기 때문에 6억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 발 늦었으면 대출이 줄어 살 수 있는 매물이 아예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대출은 가능할 때 받으라는 말이 맞았다. 대출 원리금은 나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하는데 대출을 허락해주는 정부와 금융기관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Tip.

취득세는 매매가의 3.3%이기 때문에 20억짜리 집이면 6600만원, 30억짜리 집이면 9900만원으로 취득세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취득세는 보통 6~12개월 무이자 할부로 신용 카드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무이자 할부 기간이 긴 카드를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취득세를 납부하는 사이트에서 카드별 할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 카드사에 문의해보는 게 더 정확하다. 간혹 사이트에는 안내가 안되어 있지만 개인의 카드 실적에 따라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카드 한도를 미리 상향해 놓아야 하는데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서류를 제출해야 가능한 경우도 있고 당일 취득세 납부 고지서를 확인한 후 상향시켜주는 카드사도 있으므로 사전에 개별적으로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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