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일요일 저녁, 목동 단지를 매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나서 월요일 오전에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사장님 : 매도인이 원하는 가격이 있어서 중간에 설득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OO억까지 조정했어요.
더 조정하고 싶었지만 그 가격도 충분히 쌌기 때문에 매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장님 : 오늘 저녁에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약정서 써야 할 것 같아요. 약정서 넣고 허가받는 데 또 시간이 걸려서요.
나 : 네, 빨리 진행하는 게 좋겠어요. 사장님, 혹시 중개수수료는 어느 정도 생각하면 될까요?
사장님 : 그건 나중에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나 : 저도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해서 지금 확실히 해야할 것 같아서요.
사장님 : 여기는 수수료 조정 안돼요. 법정 수수료 다 받아요~~
나 : 사장님, 그래도 조정 좀 부탁드릴게요. 저희도 예산이 너무 빠듯해서요.
매매가의 0.7프로면 경차 한 대 값이라서 만만치가 않다. 아쉬운대로 0.1프로라도 조정해야 도배값이라도 건질 수 있다. 매수 과정에서 집값은 억 단위로 크다 보니 수백만원, 수십만원이 드는 다른 비용들이 상대적으로 하찮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모으려면 큰 돈이기 때문에 계약을 확정짓기 전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조정을 시도해야 한다.
월요일 저녁에 바로 매도인과 만나 약정서를 썼다.
매도인 : 젊은 분들이 대단하시네요. 현금을 어찌 들고 있었대요.
나 : 저희가 마침 집을 매도해서요. 운이 좋았습니다.
사장님 : 계약서 쓰고 잔금할 때는 지금보다 가격이 좀 올라 있을 수 있어요. 6월에는 그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저희도 중간에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매도인 : 네, 그건 어쩔 수 없죠. 매수인도 득이 되는 게 있어야죠. 원래 안 팔고 싶었는데 갑자기 동의서 걷고 너무 빨리 진행되서 급하게 팔게 됐네요.
사장님 : 매도인도 잘 파시고, 매수인도 잘 사시는 것 같아요. 고생하셨어요.
매도인 부부는 자녀가 어릴 때 목동 단지로 이사가셔서 이제는 다 키우셨고 은퇴를 앞두신 상황이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의 상황을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원활하게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약정서를 작성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구청에서 검토한 뒤 2주 후에 허가가 떨어지면 본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정부에서 어떤 추가규제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6월에 두 채를 매도하게 될 때만 해도 목동 단지를 매수하게 될지 몰랐다. 돌고 돌아 다시 목동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노량진 재개발, 과천 재건축, 마포와 흑석의 신축 등 등 비교대상 사업지를 충분히 들여다보고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내가 포기할 수 있는 조건과 없는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한 끝에 결국 내가 찾은 나만의 답은 목동이었다. 만약 자녀가 없다면, 직장 위치가 동남쪽이라면, 소득이 훨씬 더 높았더라면,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다면 또다른 결정을 했을 것 같다.
결국 투자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를 것이고, 서로 다른 답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담대 6억은 당연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변수가 생겼다. 남편이 최근에 이직을 해서 작년 소득은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별로, 또 직장의 규모나 안정성에 따라 소득을 어떻게 보는지가 달랐다. 이직한 회사의 한 달치 월급에 12를 곱해서 연소득을 산정하기도 하고, 6개월 소득만 인정해주는 은행도 있었다. 발품과 손품을 판 끝에 소득을 최대한 유리하게 반영해주는 금융기관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은행보다는 지역 농협이나 보험사들이 소득을 잘 반영해주고 dsr도 50프로까지 넉넉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도 은행과 비교했을 때 약간 높은 정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걸 추천한다. 계약서를 쓰고 필요한 대출 서류들을 제출하면 미리 대출 심사를 받고 대출 실행을 확정할 수 있다.
대출은 직접 은행 창구에 가서 알아볼 수도 있지만 대출상담사를 통해 알아보면 다양한 금융기관의 금리와 조건을 종합적으로 비교 가능해서 좋다. 대출상담사는 인터넷 대출 카페를 통해 알아보기도 하고, 부동산 사장님이 추천해주시기도 한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최대한 잘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