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8월. 드디어 매수를 결정하다

우리 계약할 수 있을까?

by 손프로

흑석 신축은 동별로 생활 편의성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지 내에서 동과 층이 모두 좋은 매물을 사고 싶었다. 신축의 경우 조합원 매물이 동과 층이 좋고 옵션도 잘 되어 있기 마련인데 마침 규제 이후로 매수세가 잠잠해져 조합원의 RR 매물을 골라서 비싸지 않게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매수하려는 매물은 원조합원인 30대 매도인 부부가 거주하고 있었다. 입주장에 전세를 맞춘 다른 집들은 전세가도 낮고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어 집보기도 쉽지 않은데 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매물은 경쟁력이 있었다. 시세대로 전세를 맞출 수 있어 투자하기도 좋고, 주인이 거주한 집이라 집 상태도 최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조건에 맞는 단지와 매물까지 찾았으니 계약과정을 잘 진행시키는 일만 남았다. 내 투자금과 임차인의 전세금까지 더해져야 잔금을 치룰 수 있기 때문에 매도인이 이사가는 날짜에 맞춰 임차 계약까지 셋팅해야 투자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매매 계약을 먼저 하고 임차인을 구하는 건 리스크가 있는 일이라 고민이 되었다.


나 : 사장님, 매매 계약했다가 중간에 임차인이 안 구해지면 어떡하죠? 기간도 짧아서 걱정이네요.

사장님 : 안그래도 그래서 제가 임차인 알아보고 있어요. 마침 딱 그 날짜에 맞는 임차인이 있는데 주말에만 시간이 되어서 그때 집 보러 온다고 해요.

나 : 네, 사장님 감사해요. 임차인은 전세 대출 받으실까요?

사장님 : 아니요. 전세 대출은 안받으셔도 된대요.


조건부 전세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금으로 고가 전세를 들어오는 임차인은 매우 귀한 손님이었다. 게다가 날짜까지 딱 맞으니 일잘러 사장님 덕분에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임차인의 전세금이 없으면 투자 자체를 할 수 없고, 전세를 얼마에 맞추느냐에 따라 필요한 투자금도 달라지기에 임차인이 집보러 오는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드디어 임차인이 집을 보러 온 날,


사장님 : 임차인이 집은 마음에 든다고 해요. 그런데 전세금을 좀 더 조정해 달라고 하네요.

나 : 그러면 저희가 투자금이 너무 빠듯해서요. 매도인이 매매가 조정을 해주셔야 전세가 조정도 가능할 것 같아요.

사장님 : 네, 저도 그래서 전세금 조정은 어렵다고 했는데도 계속 말씀을 하시네요. 저도 최대한 조율해볼게요. 그리고 2년 뒤 입주할 생각 있으신지도 궁금하대요. 혹시 2년 뒤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될까봐요.

나 : 아이가 있어서 당장 실거주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2년 뒤는 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네요.

사장님 : 네네.

나 : 이번에 저희가 제시한 가격으로 임차 계약을 하되 2년 뒤 전세금 안 올리는 조건은 어때요?

사장님 : 네, 그것도 전달해볼게요.


하지만 임차인은 차일피일 계속 결정을 미루었고 그 사이에 매도인이 이사가려던 집은 가격을 더 높였다.


사장님 : 에고, 어떡해요. 매도인도 이사갈 집 가격이 올라서 자금이 빠듯하다고 하네요. 그쪽이 깎여야 여기도 조정해줄 수 있는데 오히려 가격을 올려버리니 당황스럽다고 하네요.

나 : 네, 어쩔 수 없죠. 그동안 애써주셔서 감사했어요.


일잘러 사장님을 만난 덕분에 매도인과 가격 협상도 진행했고, 사장님과 중개 수수료 협상까지 마쳤고, 임차인도 구할 뻔 했는데 마지막에 우주의 기운 1%가 부족했다. 이렇게 신축을 매수하려는 시도는 마무리되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플랜비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If~

서울 신축 전세는 수요가 많지만 정해진 날짜에 들어올 임차인을 구하는 건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만약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매수인 자력으로 잔금을 치뤄야 하는데 해당 주택은 아직 미등기상태라 주담대도 불가능했다. 덜컥 매매 계약을 했다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잔금일까지 지옥이 펼쳐질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의 전재산을 걸고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전세금을 낮추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투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 효율이 떨어졌다. 그 정도 투자금이면 주담대를 받아 실거주할 집을 매수하는 게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도 받을 수 있어 세후수익 면에서도 유리했다. 투자 목적이라면 희망회로만 돌리기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매매와 전세 가격, 투자금을 생각해보고 대안과 비교해 최종 의사결정하는 게 좋겠다.




Tip.

지금은 각종 규제로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예전보다 조금 불편해졌을 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투자하길 원한다면 꾸준히 매물을 탐색해보자.


첫째, 전세가 이미 맞춰져 있는 집을 매수한다. 전세 계약을 승계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 지불하고 소유권만 넘겨 받으면 되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둘째, 전세금을 현금으로 보유한 임차인을 찾는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날 임차인을 새로 맞추면 전세대출을 안해주는 게 현 정책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임차인을 찾으면 된다. 이 경우 매수인이 새로 임차인과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상생임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매도인이 먼저 전세를 맞추고 매수인은 그 임차 계약을 승계한다. 전세를 높은 금액에 맞춰 놓으면 투자자가 매수하기 좋은 조건이 되지만 실거주자에게는 매도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 경우 직전 전세계약을 승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상생임대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이처럼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여전히 방법은 있다. 하지만 투자하는 데 드는 경제적, 심리적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맞서면서까지 투자해서 얻는 실익이 어느 정도인지도 판단해봐야 한다.




*10월 15일,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제 전세를 끼고 사는 투자가 불가능해졌다. 서울 아파트 입장권은 소유와 거주가 일치하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티켓이 되었다. 월세로 거주하면서 더 좋은 집을 전세끼고 사두거나, 지방에 살면서 서울 자산을 사두는 투자는 이제 과거의 투자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꾸준히 기회를 탐색하는 사람에게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keyword
이전 07화2025년 7월. 조합원 프로젝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