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사다 #2

수포자의 고행길

by 무명
불휘 깊은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목적은 불분명했지만 마음 가짐은 확실했다. 내가 배울 때의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내가 가르칠 때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부재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다른 개념과 기능에 대한 고민 역시 사라진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리는 착한 바보가 돼버린다. 따라서 내가 교육하는 사람들에게 '왜 라이노라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가'를 확고히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전체 교육 과정에 혼란이 생길지도 모르기에 내 두 어깨가 무거웠다. 나의 실수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사람이 있다. 내가 싼 똥을 다른 사람이 치우는 꼴은 절대 두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할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지만 미드에서 싼 똥은 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탑과 미드가 쌌을 경우에는 탈주가 답이다. 커리큘럼과 강의 일정을 보니 내 강의가 중간 일정이었다.



라이노를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책으로 공부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 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하니 말이다.(칼 마르크스는 그의 인생의 역작 자본론을 저술하기 위해서 국부론을 백 번도 넘게 읽었다고 한다.) 가르치는 일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리둥절...? 흰 것은 분명 종이고 검은 것은 글자가 맞는데...

내 이마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로 낙인이 찍혀 있었는데(내 모교의 수학 시험은 4 문제 정도의 서술형으로 출제된다) 함수나 방정식, 좌표 따위를 갑자기 공부하려니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나조차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은 개념을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는가.


불행 중 다행인 게 내 아주 가까운 곳에 최고의 수학 선생님이 있었다. 거창고등학교 55회 이재익형이다. 연세대학교 수학과 출신인 이 형은 사실은 원래 맛있는 거 많이 사주는 좋은 형(수학적인 머리만 특출 나기에)이었다. 나의 가장 큰 허물 중에 하나를 형의 최고의 장기로 덮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름의 수학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곳이 있으면 형에게 물어보았고 그 이후로 형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 똑똑한 형이구나... 대학원생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정말 질긴 인연이다. 기숙사 양호실에서 형에게서 수학 과외를 듣고 휴게실에서 야식을 먹던 게 거의 십 년 전의 일인데 요즘의 우리 관계도 별로 다를게 없는 것 같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아마 나와 가장 술을 많이 마신 사람 중에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니 말이다. 형은 아직도 수포자인 나를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수학 선생님이다.


지난 주 토요일, 돈을 많이 벌었다며 양꼬치를 사준 형



형한테 잘해라

최근에 느끼는 점이지만 형이라는 사람들이 괜히 형이 아니다. 세상에 먼저 온 이유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대우와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대접을 먼저 하라.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기 전에 먼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라. 그것이 존중과 존경을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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