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anks to.)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홀로 살 수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관계, 관계 맺음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느낀다. 흔히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 외에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기 어렵다고들 한다. 나에겐 초등학교 시절(그 당시는 국민학교) 한 동네에서 생활한 일곱 명의 죽마고우가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우리 카톡방은 여전히 유치하고 티격태격 대기 일쑤다. 그래도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매우 깊고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여러 사람들과는 이런 돈독하고 특별한 관계를 맺기 쉽지 않았다. 내가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할 것 같았으나 이 것이 착각이었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기도 했다.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기도 했다. 수많은 인간관계를 거치며 서로 '적정 거리'를 두는 게 제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회에서 만난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을 소개하자면 바로 장애 관련기관 팀장님이다. 2022년 11월에 통합체육수업 우수 사례자들이 해외 연수를 가게 되었다. 팀장님은 해외연수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고 연수자들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해외 연수를 가기 전부터 쉽지는 않았다. 나는 2019년 우수 사례자로 선정되었고 원래 연수는 2020년 하반기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 연수는 무기한 연기되었고 아쉽게도 2021년 말에는 취소 통보를 받았다. 팀장님은 최대 2년이나 기다린 연수 예정자들 입장을 끈질기게 대변하셨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심하셨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끝까지 노력했고, 결국 취소 결정을 되돌릴 수 있었다. 모두 힘든 시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함께 헤쳐나가며 견고한 동지애를 쌓았다. 그래서 팀장님을 비롯한 연수팀 결속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당시 해외 연수 일정은 빡빡했다. 시간 관계상 인권박물관 또는 장애-비장애 학생 스페셜 올림픽 관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두 군데를 다 보고 싶어 했고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총대를 메고(?) 둘 다 관람할 수 없는지 문의했다. 나라면 단칼에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MBTI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나는 J형이라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담당자로서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급한 일정 변경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그 자체 아니겠는가.
어려운 제안을 한 지 5분 뒤 팀장님은 우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셨고 20분 만에 두 곳을 모두 관람할 수 있도록 일정을 수정하셨다. 현명한 상황대처능력과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였다. 팀장님은 곤란한 제안에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셨다. 담당자 입장에서 원래 계획한 대로 진행하는 게 여러모로 편했을 텐데 이해관계없이 우리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덕분에 우리는 인권박물관과 스페셜 올림픽을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나는 팀장님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까지 살필 수 있는 멋진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팀장님은 지금도 연수팀 대장으로서 함께 하며 우리가 어떤 게 필요한지 항상 살피고 지원해 주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아무런 대가 없이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뜻 내어주신다. 그만큼 팀장님도 우리를 믿고 지지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2년 전부터 체육시간에 휠체어 농구수업을 해보고 싶었다. 장애 체육 중 비장애 학생들의 흥미를 끌만한 종목은 휠체어 농구가 제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포츠 휠체어는 한 대에 800만원 정도여서 학교 예산으로 절대 구입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였다. 통합수업에 대한 나의 강한 의지를 익히 알고 계신 팀장님은 이번에도 슈퍼맨처럼 스포츠 휠체어를 우선 지원해 주셨다. 학교에 도착한 스포츠 휠체어를 타며 즐겁게 활동에 참여할 학생들 모습과 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로 엄지 척을 보내주실 팀장님이 생각나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으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내 주위에 좋은 사람도 많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 기준인 '인간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자기 이기심만 내세우지 않는 사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까지 잘 되게 돕는 사람'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팀장님과 소중한 인연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나도 신뢰를 바탕으로 팀장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봐야겠다. (짧은 글이지만 팀장님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