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먹지...'
오늘도 여전히 편의점 토스트 코너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아마 세븐일레븐은 내가 제일 자주 들르는 장소일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크게 살 물건이 없어도 일단 내키면 들어가고 보는 곳이 편의점이다. 한국 편의점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즉석조리식품 코너의 물건들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충동적으로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는 점?
특히 내가 좋아하는 코너는 토스트 진열대이다. 한쪽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는 다양한 토스트 중에서 하나를 골라 계산대에 놓으면 아르바이트 학생이 토스트를 구워서 가져가겠냐고 묻는다. 능숙한 솜씨로 토스트 봉지를 열고 집게로 안에 들은 빵을 집어 샌드위치 메이커에 넣고 뚜껑을 꽉 닫고는 타이머를 맞춘다.
토스트가 구워지는 동안 또 서성이다가 태국 전통음료인 차 타이도 하나 산다. 태국은 찻잎을 진하게 우린 후 우유, 연유를 타서 마시는 '차 타이'라고 하는 음료가 흔한 데 우리가 흔히 아는 홍콩 밀크티와 비슷한 맛이지만 색깔과 향이 조금 다르다.
다 구워진 토스트는 종이로 된 포장에 살짝 넣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준다. 태국은 4계절이 모두 여름이지만 12월과 1월 중 며칠은 놀라울 정도로 시원한 날들이 지속된다.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한 기분 좋은 날씨다. 이런 날엔 학교 캠퍼스 편의점 앞 뜰에서 점심으로 토스트와 차 타이를 먹는 것이다.
토스트는 기본적으로 햄, 치즈, 달달한 소스와 마요네즈 등이 들어있는데 즉석에서 샌드위치 메이커로 눌러 구운 터라 겉은 바삭하고 한입 베어 물면 치즈와 소스가 빵과 함께 녹아 나와 부드럽다. 아마 한국의 푸짐한 길거리 토스트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편의점 토스트는 편의점 토스트 나름의 매력이 있다.
2월에서 3월로 접어들 때면 딸기잼 토스트가 한정판으로 등장한다. 더운 태국에서 딸기는 귀한 과일이다. 마트에 가도 딸기는 볼 수 있지만 집어 들기 무서울 정도로 비싸고 맛이 없다. 맛있는 딸기는 대부분 한국산 아니면 일본산이다. 귀한 딸기 철을 맞이하여 편의점에서도 딸기를 넣어 만든 디저트 한정판 행사를 한다. 이럴 땐 한정판에 마음이 약해져 괜히 딸기잼 토스트를 골라본다. 그래 봤자 딸기 덩어리가 보이는 딸기잼을 발라 크림과 함께 구운 토스트인데 말이다.
햄 대신 소시지가 일렬로 깔려 들어있는 토스트도 있고, 참치 샐러드가 치즈와 함께 들어있는 토스트도 있다. 게다가 식빵이 아닌 페스튜리로 만든 것도 있고 나름 크로와상 흉내를 낸 토스트도 있다.
최근 먹어 본 토스트 중 맛있었던 토스트는 '포크 플로스 토스트'이다. 포크 플로스는 중국이나 홍콩, 대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인데 돼지고기를 가공하여 보풀이 이는 털실처럼 만든 것이다. 황태를 아주 가늘게 뜯어 만든 한국의 황태 보푸라기와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빵 사이에 포크 플로스를 가득 넣고 달콤한 소스를 발라 구운 토스트는 단짠의 극치이다. 돼지고기 플로스는 짭짤한 쥐포처럼 씹히고 달달한 소스가 곁들여져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았다. 그리고 가끔 오픈 토스트도 발견할 수 있다. 샌드위치 메이커에 넣고 눌러 굽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레인지 또는 미니 오븐에 굽는 오픈 토스트는 조금 비싸지만 푸짐하다.
토스트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격은 거의 30밧(한화로 1100원) 미만이다. 토스트 위쪽으로 진열된 찐빵 만두들도 5-600원이면 살 수 있다.
편의점에 오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편의점 들어올 때 울리는 종소리가 정겨워서 그런지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 간다.
아, 그리고 태국 편의점에는 체중계도 있다. 1밧을 넣으면 몸무게가 공개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