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임 일기
12월이다. 2020년이 20일 정도 남았다. 2019년 12월, 그러니까 딱 1년 전쯤, 병원에서 첫 '실패 결과'를 들었다. '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라며 씁쓸한 웃음을 남기고 병원을 나왔었다. 그리고 인공수정 2번, 시험관 3번을 거쳤다. (몇 차인지 차수도 헷갈린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지난 10월 시험관 실패 후, 참 많이 울었다. 여보 나 그만할까? 안되는 걸까? 회사를 휴직할까? 그만둘까? 왜 그런 걸까? 정답도 없는 물음들을 주억거리며 남편 품에서 울었던 그때. 자꾸 그때의 절망감이 생각나 근 두 달은 '시험관'의 'ㅅ'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들락거리던 카페도 탈퇴하고, 임신 관련 책들도 눈앞에서 치웠다.
"가임기 1일 전입니다."
오늘 아침, 핸드폰에 알람이 떴다. 시술 중이라면 채취를 할 수도 있고, 과배란 중일 수도 있었을 시기. 알람이 나를 다시 10월의 그때로 데려다 놓는다. '맞다. 나 올해 임신하는 게 목표였지.' 20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가 야속하고, 흘러버린 시간이 밉다. 나는 가임기 여성이다. 정상적인 성생활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 나팔관도 양쪽으로 잘 뚫려있고, 남편의 아이들도 건강하단다. 그런데 여섯 번의 시술을 거쳤는데, 왜 내 배는 아직도 홀쭉이일까.
못 본 척 쳐다보지 않았고, 안 들리는 척 귀를 닫았다. 아이들을 다루는 관찰 예능은 보지도 않았다. 육아를 이유로 회사에 나오지 않는 동료직원들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렇게 지내니, 조금 망설여진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또 그 절망감이 찾아올까 두렵다. 운동하고 영양제 챙겨 먹고 좋은 생각만 한다는 그 생활을 이어가다 또 갑자기 벼랑 끝에서 우뚝 서버리고 마는 지경. 또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오면 내 마음이 물먹은 종잇장처럼 축 늘어져버릴 것 같은데. 그걸 맞닦드릴 수 있을까?
아이가 없이 살아야 하나?
2020년을 20일 남겨둔 지금.
나는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잠이 오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