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시술 실패 후 난임 일기
“전 임신이 안 되는 몸인가요?”
선생님은 아니라고 했다. 어제(9.24)였다. 지난 6월 시험관 실패 후 자궁경(8.18)을 했다. 폴립 정도만 있을 거라 예상했던 자궁에 좁은 면적이지만 유착이 발견돼 치료했다. 자궁경으로 자궁 청소도 끝냈으니 다시 시험관을 하고 싶었지만 치료 부분이 아물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정 ‘도전’하고 싶다면 인공수정을 해보자고 했다. 자연임신 노력보다는 확률이 높다며. 그 인공수정의 결과를 들은 게 바로 어제였다.
수치 0
난 밝게 웃으며 “또 테스터기 한 줄이예요.”라고 했다. 진료 방 선생님은 내가 너무 발랄하게 들어와 좋은 결과가 있는 줄 아셨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왜? 왜.. 도대체 왜? 이유가 있어야 내가 고치지. 이유도 없는데 난 도대체 왜 임신이 안될까. 인공 시술 후, 컨디션이 참 좋았다. 피검사 전날까지 자궁 쪽에 통증을 느꼈고 얼굴에 좁쌀 여드름이 자잘하게 올라왔다. 모두가 임신 증상이라 했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임테기에서 한 줄이 나왔을 때도 ‘불량’을 의심했다. 마음 한 켠, 피검사 결과에서는 임신 수치가 나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또 0이라니. “제가 뭘 더 하면 될까요?” 매일 2시간씩 운동하고, 식단은 채식 위주로 바꿨다. 남편은 술 담배를 끊었고 나는 진즉에 좋아하던 커피와 맥주를 끊었다.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회사에서 배려해 주는 덕분에 일도 줄었다. 항의하듯 쏟아냈다. 선생님은 “지금처럼 하시면 돼요. 더 하실 건 없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왜, 왜... 왜요? 도대체 왜요? 슬프지도 않다. 헛웃음이 나온다.
인공 1차, 시험관 신선 1차, 신선 2차, 인공 2차까지. 총 네 번의 시술이 실패로 끝났다. 피검사 전날 테스터기 결과에 거실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방에서 나와 우연히 나를 보고 단번에 상태를 알아챈 남편이 “여보...?”하고 물어왔다. 꽉 막고 있던 수문이 개방되듯 목구멍을 열어젖힌 채 오열을 했나 보다. 괜찮아.. 괜찮아... 왜 울어... 그는 토닥였다.
“여보, 여보... 많이 힘들어?”
병원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휘청이는 내 마음 진정시키느라 그간 남편에게 너무 무심했다 싶었다. “응, 나도 힘들어.” 그 대답에 배 속에서 또 큰 구렁이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여보도 힘들지. 뭐가 제일 힘들어?” 나는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주사 맞고 약 먹고 몸 관리하는 건 다 괜찮은데, 시술 후 결과를 얻기까지의 2주가 너무 힘들었다. 미세한 몸의 반응에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멘털을 잡고 있기가 어려웠다.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아니면 어쩌지 하는 실망이 2주 동안 내 안을 휘젓는다. 그러다 피검사 결과로 마음속 돌멩이는 실망 영역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감정과 기다림이 너무 힘들다. 이걸 설명하려고 물었던 건데. 남편이 말했다.
“여보가 힘들어하는 게 힘들어.”
차 안에서 또 입을 일자로 만들고 목젖을 개방한 채 오열했다. 내가 미안했다. 그래, 내가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그래야 우리 남편도 덜 힘들지.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다. 여보, 미안해. 나 힘낼게.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울고 있는 내게 휴지 전해주랴 운전하랴 아침부터 바쁜 남편이 한 마디 덧붙인다.
“여보 닮은 예쁜 쌍둥이 딸 오려고 이번에 안된 거니까 걱정 마. 우리 둘 다 건강하니까 아가들 곧 올 거야. 울지 마 여보.”
내가 이래서 힘낸다.
다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