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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Jun 25. 2020

시험관 실패, 또 난임

- 피검사 결과 다음날


가슴이 커지고, 복부는 더부룩했다. 사타구니 중심의 콕콕대는 느낌, 무엇보다 꿈속에 나타났던 뱀 한 마리. “뱀은 태몽이라는데, 한 마리만 나와서 아쉽다. 두 마리면 좋은데.” 쌍둥이를 바라는 우리 부부는 이런 농담을 했다.


“오늘은 결과를 듣고 갈게요.”


병원은 피검사 결과를 전화로 들려준다. 이번에는 병원에서 직접 듣고 가겠다고 했다. 피를 뽑고 결과를 듣기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았다. 회사는 종일 연차로 하루를 비워둔 상태다. “00님, 진료실 앞으로 오세요.” 어깨를 토닥여주며 잘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던 간호사 분이 멀찍이서 나를 불렀다. 차분히 진료실로 향했다.


선생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아.. 네.. (침묵) 그런데 왜요? 물으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번보다 채취도 덜 됐고 배아 등급도 낮았지만, 내 자궁에 들어가면 잘 클 수 있다고 했다. 2주나 주사를 더 맞았다.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 하나 없이 잘 지냈다. 느낌도 좋았다. 뱀 꿈도 꿨는데.. 울고 말았다. 선생님도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요 왜...


그렇게 신선 2차 시험관이 종료됐다.


이식했던 배아

수납을 하며 에어 팟을 꽂았다. 남편에게 결과를 전해줘야 하는데, 손이 가늘게 떨린다. 잘 회복하고 오라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섰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편하네. 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울어도 티가 안 나니까. 비가 오는 바람에 우산도 있으니 그 안에서 한껏 쏟아냈다. “여보, 잘 안됐어...”


괜찮아. 또 할 수 있어. 우리 건강한데, 뭐가 문제야. 오늘만큼은 남편 목소리도 힘이 안된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길까? 내가 뭘 잘못해서 벌을 받는 건가? 빗소리에 숨어 나는 오만 생각을 한다.


이식 후 맞았던 프롤루텍스 주사


“엄마, 나 아직 얘기할 정도로 괜찮지 않아.”


어제 남편이 엄마에게 결과를 전달한 터였다. 걱정이 되셨겠지.. 그 마음 아는데, 굳이 하루 지난 오늘 전화해 이것저것 물으시는 말에 참고 참다 내뱉고 말았다. 나 아직 괜찮지 않다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엄마도 분명 속상할 텐데, 지금은 그냥 혼자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영양제를 검색해 구입했다. 새벽잠을 못 자 집안을 청소하기도 했다. 남들이 카페에 올리는 태아 사진에 이제 질투가 난다. 그리고 자꾸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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