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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Nov 25. 2021

중위소득 180% 이상은 난임시술 비용 걱정없답니까?

- 4번째 시험관 중 적어보는 난임일기

"책임님, 제 사업 저출산 장려정책 우수 사업이잖아요."


나는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일한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돕고,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화를 지원한다. 동료 중 한 명이 내게 얘기했다. 저출산 장려정책 우수사업으로 뽑혀서 왜 이 사업이 우수한지에 대한 공적조서를 작성해서 내야 한다고. (내가 시험관 중인지 모르는) 그는 다소 민망해했고, (나의 시험관을 아는, 그도 겪었던) 팀장은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다소 당황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감정의 질곡을 겪으며 난임 생활을 이어갈 때 나를 무너지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원금'이다. 난임부부는 기본적으로 건강관리공단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급여'에 해당하는 부분. '비급여'가 많은 난임 시술 약제는 해당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도 시험관 1번에 들어가는 돈이 약 300만 원이다. 더욱이 이 지원금은 7회(올해 9회로)로 제한되어 있다.


지자체 보건소에서 지원해주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득기준 중위 180% 이하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 기본 기준 없이 난임부부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아주 특이한 케이스일  보통 소득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등의  시간 근로로 변경하는 분들도 제법 있다. 도대체 소득기준이  있는 걸까?  이상을 벌면 난임시술  돈이 들어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걸까? 결국 나는 보건소 지원은 꿈도   , 비급여 약제를 받아가며  시술에 300  이상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난임 카페에는 "이게 말이 되나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저출산 지원금이 한해  268 원이라는데,  돈의 사용처를 보면 많은 부분이 VRAR산업 진흥, 문화예술 확산 등에 쓰이고 있다. 정부는 매년 국정감사를 비롯한 다양한 감사를 하고 있을 텐데  부분은  고쳐지지 않는 걸까?


나에게 오고 있는 우리 아기(출처 : <시험관아기 대표카페>)


 

난임 병원 3년 차. 4번째 시험관을 하고 있다. 회사를 관두지도 즐겁게 다니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시험관을 그만둘 마음도 먹지도 못하는 나를 보며 친정 부모님은 나 몰래 500만 원을 보내오셨다. 어떤 마음에서, 무슨 뜻에서 보내주셨는지 다 아니,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한 때 나는 자연임신이 안돼도 낙담하지 않았다. 의술의 힘을 빌리면 바로 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임신'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신의 영역' '하늘에서 내려주는 선물'로 변했다. 노력해도 가닿을 수 없는 그 어떤 것. 참 어려운 게 임신이다. 내일은 4번째 시험관 피검사를 하러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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