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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May 13. 2020

감사한 대화, 고마운 사람, 그리고 기분 좋은 출발

- 다시 시작하는 난임 일기



오늘 직장 동료에게 시험관 사실을 오픈했다. 내가 자리를 비울 경우,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여성 직원, 정확히는 후배다. 다행히 사무실에 둘만 있었다. 게다가 우리 팀 자리가 다른 팀들과 떨어져 있지 않나.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터라, 정말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지난 3 시험관을 했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번  말부터 다시 시작할 거고, 휴직 생각은 없지만,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병가나 휴가를   있다.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 미리 휴가 기간을 정할  없으니 양해해달라.. 시험관의 전 과정을 설명하며 왜 기간을 정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일은 걱정 마시고, 몸만 생각하세요."


묵묵히 내 설명을 듣던 후배는 그렇게 답했다. 아프지 말라고. 일도 생각하지 말라고. 몸이 안 좋을 것 같으면 아예 휴직을 쓰는 건 어떠냐고. 다행히 팀장님이 눈치를 주지 않으니, 아무 생각 말고, 회사 사람들 입방아도 신경 쓰지 말라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일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걸 설명하고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것 자체가 내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할까 봐 걱정된다고. 


"고맙다, 정말. 너무 고마워."


지난 연휴 친구들과의 1박 2일 여행에서, 나의 주사는 친구들 맥주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나는 참 사람 복도 많지. 어떻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지,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녀는 덧붙였다. 그 지난한 과정을 겪었으니 이제 건강한 아이를 임신하고 낳는 일만 남았다고. 그럼 곧 휴직을 할 텐데 그때 같이 일을 못하게 될 걸 생각하니 벌써 너무 아쉽다고. 나중에 휴직도 같이 하자고. 소설 같은 이런 대화, 믿기질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묻고 싶다. 이런 후배 둔 사람 또 있나요? 


지난 연휴, 병원에서 주사를 받아왔다. 그리고 마침 내일부터 선생님은 주사를 시작하라고 했다. 후배와 주고받은 몇 마디에 그간 쌓였던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 감사한 대화, 고마운 사람 그리고 기분 좋은 출발, 시작이 좋다. 오늘은 좀 더 몰입해 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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