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임 일기
"여보, 주사 놔주세요."
나는 매일 아침 7시, 남편을 찾는다. 눈 비비며 일어난 남편은 내가 솜으로 소독해 둔 배 위에 무심하게 주사를 찌르고 약을 끝까지 넣은 후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아앗, 아픈 것 같은데, 살살해. 아무리 엄살을 부려도 남편의 '주사질'은 거의 인공지능 수준이다.
오늘로써 9일 차. 시험관 장기 요법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10일 치 주사도 이제 하나 남았다. 예전에는 서글펐다면, 이제는 남편의 덤덤함 만큼이나 나도 무심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는 것처럼 몸에 배어버린 일상. 하지만 주사를 맞을 때 가끔 "자연임신이 됐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속이 메스껍고, 잠이 쏟아지고, 열이 올라 테스터기를 해보니 '두 줄'이 보였다더라.. 하는 미신 같고 전설 같은 이야기. 내게 꼭 일어났으면 하는 그 이야기. 눈물이 찔끔나기도 하는 그 이야기.
연예인 중에서도 시험관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코미디언 부부가 시험관 과정을 방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나도 상세한 방송 내용에 '여자분 마음은 괜찮을까?' 걱정했고, '두줄이 너무 부러웠다'는 인터뷰에 같이 오열했다. 주사기를 배에 꽂으며 매일 생각하는 그 일. 임신 테스터기에 나오는 두 줄. 나도 부럽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생리에 '혹시'하는 마음에 손은 자꾸 테스터기로 향하지만 '마음을 놓아야 한다'는 세간의 얘기에 잠깐만 참아보자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바뀌는 내 마음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테스터기에 손을 대지만, 야속한 테스터기는 연신 한 줄만 보여준다.
오늘도 그랬다. 병원 선생님은 10일 치 주사를 주던 날, 생리가 중간에 시작될 거고, 그러면 바로 병원에 오라 했다. 예정일보다 3일이나 지연된 오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기를 손에 들었고 또다시 한 줄을 보고 말았다. 흥! 그래도 내일 병원 갈 거다! 그리고 이번 시술에서 꼭 두줄을 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