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우

그림자와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법

허공에 휘젓는 팔이 힘없이 떨어진다


이겨보려 했던 것의 실체는

벽을 타고 시선을 옮겨가고

나는 결국 침대 밑으로 숨어들어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묻었다


속눈썹을 간지럽히는 별빛 가루

두려웠던 발가락에 파고드는 온기

눈을 들어 친구들과 도착한 곳엔

아무도 가는 길을 모르는 섬나라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득 채워지는 희망

코로 들이마시는 꽃들과 결 따라 헤엄치는 풀

야생 속에서 꾸밈없이 자란 그들은

나에게 보지 못한 세상을 알게 해 준다


뭉게구름에 띄운 배는 달을 반으로 가르고

손에 닿을 듯한 별을 우리의 행운으로 옮겨놓는다


신기루같은 꿈을 길어낸 침대 밑

어깨 위에 별빛 가루를 털어낸다

벽 한 켠에 졸고 있는 내 그림자를 살금살금

붙잡아 발 끝에 꼬매고 섬으로 가는 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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