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by 선우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에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달은 형태를 갈아입었고

계절감이 지난 옷들을 정리하듯

마음의 먼지도 달마다 청소해야 했다

어쩌면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어느 정도만 통하는 무효한 문장일 뿐이다


초여름에 패딩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힐끗힐끗 쳐다보기 바쁜 사람들

그들의 시선이 태양보다 따가워질 때쯤

마음이 추운 나는 택시를 타고 멀리 떠나버렸다


어디로 갈까라고 마음이 물었을 때

세상의 끝이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또다시 한 바퀴를 돌고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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