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로보로스

by 선우

한 방울 고인다


부서진 창은 이름 모를 병이다


몇 달이 지났든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난 모르겠다


답이 없는 질문은 끝이 날 기미가 없다

맴맴 돌고 도는 뱀의 꼬리이다

아니다 뱀의 머리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른다

아니다 멈췄다


모래시계가 내려가는 건지

올라가는 건지 아니면 멈춰진 건지

이상해 이상한 것 같아

다시 뒤집어 흐르게 내버려두었다


되돌렸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왔다고 기만했다


두 방울 고인다


처마 끝에 고인 물방울이 떨어지며

창틀에 연못을 만들고 있다


닦아야지

닦아야 하는데

쳐다만 보고 있다


부서진 창은 상실된 기억이다


창 밖은 비로 가득하다

매일매일이 비로 가득하다


창의 부서진 곳으로 비가 들이친다


발 끝에 웅덩이가 고인다

물의 표면으로 당신이 떠오른다


부서진 창은 사라진 퍼즐이다


웅덩이는 더욱더 깊어진다


부서진 창을

고쳐야지 고쳐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오늘도

끝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세상을 알기 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