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다
세상의 실체를 알기 전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의 어둠을 알기 전처럼
지나가고 싶다
암흑의 시기를 걷기 전으로
색칠하고 싶다
흑백의 세상을 알기 전처럼
슬퍼지고 싶다
우울의 단면을 보기 전처럼
기뻐하고 싶다
상처의 흔적을 갖기 전처럼
사랑하고 싶다
상실의 아픔을 겪기 전처럼
이해하고 싶다
원수의 얘기를 듣고 나서도
고요하고 싶다
소란한 세상을 알고 나서도
사유하고 싶다
단골인 책방을 잃고 나서도
음미하고 싶다
쓴맛의 커피를 먹고 나서도
끌어안고 싶다
약속의 기한을 갖고 나서도
살아가려 한다
마지막 잎새를 보고 나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