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by 선우

한 주기의 생을 살게 되면

독수리는 제 부리를 버린다


시간의 인고를 거쳐

단단해진 굳은살은


세월 따라 구부러지고

날이 무뎌져 두꺼워진다

그것의 부리를 온전히 깨부순다


단단한 바위에 쳐서 깎아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사냥의 시간을 함께한 과거를 버리고

미래의 순간을 같이 갈 부리를 벼린다


이때 옛 부리를 떼어내지 못한 독수리는

그대로, 죽는다


낡은 부리를 갈아치우고 난 후

그 자리에는 튼튼한 새 부리가 자라고


독수리는 다시

몇십 년의 생을 살아간다


원형의 고리 자연의 순리

돌고 돌아 흙으로 가겠고


정체된 이 시기에

나는 지나온 발톱을 뽑아버릴 것이다

나를 덮어왔던 깃털을 해방시킬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생의 부리를 단련할 것이다


다짐한다

나로 하여금 찬란해진

하늘에서의 화창한 활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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