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by 선우

나의 한마디가 당신을 흔들 수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말입니다


그저 지나가는 소문이었죠


하필 그날

그 사람의 길고 긴 그림자를 목격한 것은

우연이 아녔습니다


축 처진 어깨와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진 시선을 줍고

나를 허하게 쳐다보는 그는


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느냐


라고 묻는 듯하였습니다

꺾인 그의 얼굴을 보며

저는

가담하지 않은 일에

동조한 기분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습니다

표정 없는 그를 목도한 그날 이후로 저는

짓지도 않은 죄를 마음에서 씻어내느라

몇 날 밤을 설쳤습니다


달이 유독 푸르게 타오르던 밤

형체 모를 겁에 질려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받아주더군요


나의 한마디가 당신을 살릴 수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말입니다


이름 없는 풀꽃에 물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고 말하면 믿어주시겠습니까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입니다

당신이 붙잡지 않더라도

어깨에 잠시 머물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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