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계절에 녹아
몇몇 보도블록은 푹 꺼진 채로
빗물을 담아두고 있다
먼지 쌓인 실외기들 사이로
골목골목을 돌아가야 닿을 수 있는
너만 아는 책방
문을 열자
딸랑 -- 하고
종이 얕게 울린다
빛이 차갑게 드리우는
창가 단골 자리에 앉아서
가게 중앙에 있는 난로의 온기를
미세하게 느끼려 해 본다
따뜻하고 고소한 커피 향이
나를 사색에서 깨웠을 때
주인장께 약간의 종이와 펜을
조심스레 구한다
실내에 온기에 맞추어
살짝 달궈진 마음의 추가
똑딱거리던 진동을 멈출 때
그대에게 나 전하는 말이 있어
한동안은 그대가 원하는 내 모습 보지 못할지도 몰라
그대가 지금껏 알던 내가 사라질지도 모르오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날이 오겠지요
그대에게 나 원하는 말이 있어
나, 그대를 통해 사랑을 배웠어
당신도 그렇다고 말해주오
죽어서라도 언젠가
풍경이 울리는 산자락 버드나무 바람 불면
당신에게로 가 어깨 위에 손을 얹겠소
나를 알아봐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