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흔한 횡단보도
조명은 앞이 침침한 듯
재차 눈을 깜빡거리며
황량한 도로를 비춘다
운동화 앞코를 톡톡 거리며
신호등을 재촉해봤지만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빨간 조명은
나에게 초록 불을 내어주지 않는다
급한 마음 한 발 앞으로 옮겨서
하이얀 보도블록에 발을 옮긴 순간
눈먼 차가 쌩하니 지나가버린다
위험할 뻔했다며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하나씩 사가던 동네 통닭집의 간판 불도 꺼지고
홀로 남은 도로에는 나와 빨간불만 덩그러니 서있다
기다림은 익숙해져 간다
빨간불은 용암처럼 이글이글 타고 있다
초록불은 좀처럼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빨간불이 기다릴만한 것은
조금만 기다리면 초록불이 켜질 것을 알기에
기다리고 기다려도
불이 초록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발이 묶이고 마는 것이다
신호등은 약속이다
그러나 그 약속이 무의미해질 때도
나는 이렇게 빨간불에서
오지 않을 그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한없이 원망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