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으로

by 선우

천일이 지나도록 함께 하고

매일 사랑을 채워왔음에도

모자람을 느끼나요


달려온 기억을 반추하며

지나온 시간을 가늠하여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그대와 찍었던 사진을 뒤로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내가

당신은 원망스럽습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를 묶어놓지 않았습니까


마주 보며 손잡은 형태가 아닌

반대 방향만 바라보며 등을 맞대고


함께한 깍지를 나무 갈빗대에 묶고

우리의 발목을 의자 밑동에 묶고


서로의 마음을 우렁차게 외쳐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눈물로 여울진

각자의 메아리가 아니던가요


그만하려는 지친 마음의 돛대는


당신을 향해 서 있지 않습니다


내가 탄 배는 망망대해를 향해

노를 저어 나아갑니다


저기 먼 등대처럼 당신이 나를 기다릴까요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저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파고들어

아려오는 등대의 불빛으로

그대가 새로운 배를 찾아

모험의 항해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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