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지 않는 깊은 땅 속
뿌리를 갉아먹고 있는 두더지들
나무는 발 끝이 간지럽기만 해서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둔다
두개골을 울리던 딱따구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인 일상
따사롭게 비추는 햇볕에
피부가 타들어 가더라도
숨죽이며 온 몸을 적셔줄
비가 내리기를 기도한다
나무는 몰랐을 것이다
내버려 두던 숨죽이고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자신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의 성공과 파괴의 잣대가 된다
이렇게 해야 속 편하고 행복하다는 게
언제부터 나의 족쇄가 된 걸까
속박을 풀어헤치고 나아갈 때
자유가 비로소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라면
내 근간의 뿌리를 곡괭이라도 캐서
다시 땅으로 보내줘야 하는 일임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