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순간
너와 내가 처음 본 그날
찌르르하게 벌에 쏘인 것 같던 날
입 밖으로 인정하기 싫어 아닌 척
고개 돌렸지만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같은 길을 나란히 걸어가며
손이 닿을까 말까 걱정했던
거울에 반사되는 너의 눈빛
내가 몰래 훔쳐보곤 했었다
순간의 사랑이
하루로 한 달로
움트고 싹트고
이걸로 우리는 더없이 무르익어가며
세상에 지치고 퉁퉁 부르터진 두 발에
한없이 더 올라가야만 하는
정복했던 정복해야 할 높은 산들을 보며
우리가 사랑했던
찰나의 순간에 묵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