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빛은
눈만 따갑게 만들 뿐이고
따뜻해진 공기는
뒷목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하지
갑자기 바뀐 날씨에
머리가 어질어질 뜻 없이 흔들리네
화창한 하늘을 기대했지만
오염된 공기와 아픔 가득한 비가
며칠째 추적추적
화사한 새 출발을 기다렸는데
축 처진 분위기가 만연한 공간을
몇 주째 돌고도는 나는
봄인데 참 달갑지 않아
달가워하지 않으나
달구어져 가는 봄기운에
나까지 동요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롱아롱 떨어지는 남산제비꽃
마비되었던 감각이 돌아오듯
담담히 들려오는 너의 소식
봄에 꽃봉오리는 피어올라야 순리인데
산을 넘어가는 해와 더불어
내 마음도 짙은 노을 지며
한 잎 한 잎 떨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