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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Mar 17. 2022

정을 빚지다

너무 많은 정을 빚졌습니다


정을 받은 만큼 주었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겠죠


사람들에게 정을 베푼다는 건

부모님께 받은 축적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사람들의 공기는 차디찹니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않고 자랐다고 한들

모난 시선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소인배나 할듯한 옹졸하고 치졸한 일인 것 같아

일찍이 그만두었습니다


다만 남들의 말에 휘둘려

나도 사람인데 어찌 틀리지 않겠나 싶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단호히 내렸어야 할 때도

종종 있었답니다


사람과의 정을 떼어내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어리석어서 사람한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궁부터 무덤까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일 겁니다


너무 많은 정을 빚지고 삽니다


제가 이렇게 오늘날에도

다시 웃을 수 있는 건

지나온 날들에 아름다운 당신들 모두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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