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껴간 상실 속 허황된 안부
껍질이 까진 물음
묻는다 너에게
하늘 앞에 한치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고
사람 마음에 생채기 한번 내지 않고 숨 쉬어 왔다고 선서할 수 있느냐고
가던 길 걸어가라
마음속의 행인아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져 있는
넓디넓은 마음의 지구에
너 하나 발 붙일 곳 없진 않으나
그러나
저러나
지나가려무나
죄가 없는 이
그 이에게만 손에 돌을 쥐어줄 것이다
묻는다 나에게
지치고 쓰라리고 다치고 무너져도 끝까지 살아왔느냐고
목을 죄어오는 지난날의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내 발목에 족쇄 되어 한걸음 한걸음 떼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도착하지 않았느냐고
가던 길 걸어가라
내 마음속 영웅아
나를 비껴간 어둠 속 진실된 눈물
광야의 타오르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