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는 성정을 안고 사느라
속이 까맣게 타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종종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오래된 나무속을 들여다보면
까맣게 익어버린 나무 살들이
부대끼며 밖을 기웃거리는 것처럼
다친 마음, 속으로 안으로 굽이 굽어
바깥을 지켜보는 하나의 객체가 된다.
불가피한 고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친 성실과 소스라치게 찬 밤.
꿈결 속 하얀 나무가 자라날 그루터기를
도끼로 치다가 들켜버린 나무꾼의
그늘 어린 옆태 혹은 살벌한 눈빛.
그래, 날 죽인 것은 언제나 항상 나였다.
어릴 때 아주 여린 날에
엄마 당신 손 잡고 포대기에 싸여
덤덤히 생각하곤 했던 상상, 아니 환상.
느티나무같이 뻗어오르고 싶다.
나는 곁가지를 수없이 두는 나무.
기지개를 켜고 광활한 천장 끝에 닿아
나는 한없는 그늘 그대는 파란 하늘.
그렇게 난, 활짝 펴고 싶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누구와 뭐를 같이
누구와 뭐를 함께
도대체
누구와 뭐를 더 할까?
"엄마. 나는 키가 크고 싶어요!"
저기 저 푸르른 나무처럼
깊게 뿌리내려 높게 뻗어 올라라.
널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자그마한 인형처럼 작아질 때쯤.
선선히 작별하며 대지에 입 맞추고
주체로서 하늘의 마중을 받아들이려 하니,
용서 하마.
나의 삶의 모든 나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