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by 선우

사람을 홀리는 빗소리

망각의 잔을 들이마신 후

남은 건 한 자루의 칼과 나뭇조각


무엇을 형상하는 건지

기억해내려 쥐어짜 보지만

나오는 건 눈물뿐


그대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그래 나는 죄인이오


잊지 못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과

죽지 못해 발버둥 치는 나의 시간을

그대에게 바치리오


5월의 어느 저녁

때아닌 늦은 봄비가 오려나


우산을 비스듬히 쓴 고운 자태의 그대는

구름 같은 형태로만 나에게 남아있소


언젠가 만나게되면

우리 다시 만나리라면

말해주겠소 나의 온 전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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