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버리는 일

by 선우

쓰고 지웠다를 반복

아까워서 내내 손에 쥐고 있다가

검게 손이 썩었다


흠칫 놀라

눈썹을 치켜떴지만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글자


내 안에 떠오르듯

상기되었던 단어들이

조금만 고개 돌리면

눈송이처럼 사라져 버렸던

짧은 생각들을

아무도 모르게 낚아채

흰 종이에 흩뿌렸다


마음에서 익지 않는다

아직 뜸이 덜 들여졌다


아장아장 걷는 피상적인 사념들을

고삐 풀어놓아도 괜찮을까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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