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뒤적이다 툭하고
익숙한 열쇠가 발 밑에 떨어졌다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까만 방이 나에게 속삭인다
몇 달 정도는 잊고 잘 지냈는데
익숙하게 따라가는 발자국
홀린 듯 도착한 문고리에
손이 턱 하고 올려진다
드르륵 탁
지하실 문이 열리고
핀 조명을 켜고 내려간다
진열되어 있는 거미줄을 지나
먼지 쌓인 가죽 소파 위에 앉아
고개를 뒤로 꺾는다
조명에 눈을 비빈다
망령들이 다가와 말을 건다
어때 솔깃하지 않나
그런가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럼 그렇고말고 아마 이거면 될 거야
스륵
잠깐 정신을 잃었을까
손마디 마디에 껴있는 피 껍질이
아려오는 손목이 상황을 일깨운다
괜찮아 잠깐 그럴 수도 있지
감정에 나를 맡기고 일렁일 수도 있지
대신에 아프게 하지만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