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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을 구한 닭 한마리

by JINOC

닭의 울음이 바꾼 역사


어느 날 밤, 오스트리아의 작은 성 안은 조용했다. 사람들은 하루의 피곤함을 뒤로한 채 깊이 잠들어 있었고, 성벽을 따라 배치된 병사들도 나지막한 숨소리만 내며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인 그림자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그들은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몽골군의 정예 병사들이었다. 소리 없이 움직이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 안을 노리고 있었다. 이 작은 성을 함락시킨다면, 길이 열린다. 몽골의 말발굽이 신성 로마 제국의 심장부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으로 성벽을 오르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최소한, 사람들은 그랬다. 하지만 그때, 성 안의 어두운 구석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렸다.


“꼬끼오오오오—!”


한 마리의 닭이 갑자기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그 울음소리는 어두운 밤을 가르고 성 안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닭들도 함께 울기 시작했다. 닭장 안에서, 마당 한구석에서, 그리고 병사들이 키우던 닭장에서도. 닭들의 연쇄 반응이 시작되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적이다! 몽골군이 성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경비병들이 활을 들어 올렸다. 화살이 날아갔다. 몽골 병사들은 당황했다. 이토록 완벽한 기습이 닭들의 울음 한 번에 무너질 줄이야. 이미 들켜버린 이상 작전은 실패였다. 그들은 서둘러 후퇴했다.


성 안은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닭들의 울음소리보다 병사들의 환호성이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성벽 아래에는 몽골군이 버리고 간 로프와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닭의 울음이 전쟁의 방향을 바꾼 순간이었다.


몽골군이 떠난 후, 성의 주민들은 이 작은 기적을 두고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한밤중에 울어댄 닭 한 마리가 유럽의 운명을 바꿨다는 것을. 그날 이후, 오스트리아에서는 닭이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행운과 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닭을 신이 보낸 수호자로 여기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역사는 거대한 전쟁과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작은 존재들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 한 마리 닭의 울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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