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인은 그렇게 더러웠나요??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처럼 자리 잡은 이미지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중세 유럽인들은 온몸이 먼지와 땀에 절어 있고, 거리에는 악취가 진동하며, 심지어 귀족들조차 씻는 것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실제 역사 속 중세 유럽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깨끗했다. 중세인들은 목욕을 즐겼고, 공중목욕탕 문화도 성행했으며, 개인위생을 위한 다양한 방법도 사용했다.
흔히 “목욕 문화는 고대 로마에서 끝났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세 유럽에서도 공중목욕탕(Bathhouse)은 널리 운영되었으며, 왕족과 귀족뿐만 아니라 평민들도 이를 이용했다. 기록에 따르면 12~13세기경 유럽의 많은 도시에는 목욕탕이 성행했으며, 이는 단순한 세정의 공간을 넘어 사교와 휴식의 장소로 기능했다.
특히 수도원에서는 위생을 중요하게 여겨, 일정한 횟수 이상 목욕을 하도록 규율을 정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클뤼니 수도원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 목욕할 것을 권장했으며, 이는 당시 유럽 사회에서 개인위생을 중시했다는 증거가 된다.
중세 유럽의 왕과 귀족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목욕과 청결에 신경을 썼다.
- 프랑스 왕 루이 9세는 목욕을 즐겼으며, 일주일에 두세 번 공중목욕탕을 이용했다.
- 영국의 헨리 4세는 따뜻한 물과 허브를 사용한 목욕을 선호했다.
-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향수를 뿌리거나 허브 목욕을 즐기며, 철저한 위생 관리를 했다.
귀족들도 린넨 천으로 몸을 닦거나 허브를 이용해 악취를 줄였고, 향수를 뿌리는 것도 위생 관리의 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흑사병 이후 이러한 청결 습관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휩쓸면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당시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다양한 미신이 퍼졌는데, 그중 하나가 “목욕이 병을 옮긴다”는 믿음이었다. 당시 의사들은 **“목욕을 하면 피부의 보호막이 약해지고, 감염이 쉬워진다”**는 잘못된 이론을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목욕 문화는 점차 쇠퇴했고, 대신 마른 천으로 몸을 닦거나 향수를 뿌려 악취를 감추는 방식이 유행했다. 프랑스 왕 루이 14세가 평생 목욕을 몇 번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중세 유럽은 원래부터 더러운 시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중세 초중반까지만 해도 목욕과 위생을 중시하는 문화가 존재했지만, 흑사병 이후의 미신과 잘못된 의학 지식이 퍼지면서 목욕을 피하는 경향이 생겼을 뿐이다.
“중세 유럽은 더러웠다”는 이미지는 근대 이후 형성된 오해이며, 실제로는 깨끗한 삶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 시대였다. 오늘날 우리가 역사 속 위생 관념을 바라볼 때, 단순한 편견에 의존하기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