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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칭에 대한 불편한 진실

by JINOC

설날, 우리의 고유 명절인 이 날을 두고 **“구정”**이라는 표현에 대한 논란이 최근 사회에서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논쟁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한층 복잡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제가 민족 잔재를 말살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문화적 압박이었으며, 이를 우리가 받아들인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우리는 설날이라는 명절의 의미와 그 이름을 둘러싼 논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신정과 구정의 나눔: 그 경제적, 정치적 목적


먼저, 우리가 마주한 논쟁의 핵심은 신정과 구정을 나누는 문제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의 경제 구조를 서양의 경제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태음력(음력) 대신 양력(태양력)을 채택했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양력을 사용하는 세계 경제권과 일치를 이루어야 했고, 이를 통해 무역과 경제적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적 목적이 있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 태음력은 농업에 유리한 달력으로, 특히 중국과 일본 등과 같은 나라들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졌지만, 세계 경제와의 연결을 위해서는 태양력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신정(양력 1월 1일)**과 **구정(음력 1월 1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구정이라는 용어는 음력 설날을 의미하지만, 이는 일제의 문화적 침략과 맞물려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시점에도 사실 설날이라는 이름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이 논란에서 중요한 점은, 구정이라는 표현이 일제의 강압적인 문화 동화 전략에 의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설날, 전통적인 명칭의 혼용과 변화


또 다른 논란은 바로 **“설날”**이라는 용어의 기원이다. 설날이 우리 고유의 전통 명칭으로 간주되지만, 사실 설날이라는 표현은 조선 중기 후기에 서민층에서 사용되던 용어였으며, 그 이전에는 다양한 표현이 혼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다양한 명칭들이 존재했으며, 그중 일부는 명절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정월이나 세설 등 여러 명칭이 있었고, 이는 지역이나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달리 불리기도 했다.


따라서 설날이라는 이름이 전통적인 민족의 얼을 담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조선 후기 서민층의 일상에서 생겨난 용어에 가깝다. 전통적인 명칭이란 특정한 기준이나 고정된 의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시대적 변화와 문화적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설”이라는 명칭 자체도 당시 서민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로, 그것이 반드시 고유한 전통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3. 설날과 구정의 논란: 전통의 의미와 현대적 해석


이제 설날을 두고 일어나는 논쟁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바라보자. 일부 사람들은 설날이라는 명칭을 지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구정이라는 표현이 일제 강점기의 결과물로서 민족 정체성을 훼손한 것이므로, 설날이 우리의 고유한 명칭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논란은 사실 단순히 용어의 선택을 넘어서, 우리 민족의 역사적 경험과 그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전통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제의 잔재를 이어간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설날이라는 이름이 조선 후기 서민층에서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간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서민 문화에서 비롯된 용어가 지금은 우리의 민속 문화로 자리 잡아, 설날이라는 명칭이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민족의 역사적 해석을 넘어서,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전통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한다. 일제 강점기와 같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단순히 언어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4. 결론: 전통을 지키는 방법, 그것은 용어가 아니다


결국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것과 설날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단순히 명칭의 차이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우리가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려면, 그것은 단순한 언어의 선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설날이라는 명칭이든, 구정이라는 명칭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날을 어떻게 기리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전통이란 과거의 잔재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삶 속에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다.


우리는 설날을 기념하는 그날에 가족과의 유대와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며, 그 전통을 미래로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구정이라는 명칭이 일제의 잔재일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설날이라는 명칭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의미를 어떻게 새로운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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