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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Jul 01. 2020

맥락을 읽으면 지갑이 열린다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를 읽고

    책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를 읽다가 제 직업이자 업무와 저의 최고 관심사(술!)가 섞인 사례를 만났습니다. 책에서 다룬 다른 사례들도 물론 흥미롭지만 (이 책을 펴낸 트래블코드의 전작들도 좋아합니다) 업무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많아 공유합니다.


※아래는 책의 '보틀로켓' 부분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과 함께 내용의 일부를 축약한 후기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고객의 소비 맥락을 읽자

왜 맥도날드에서 오전에 어른들이 밀크셰이크를 사 갈까?


    제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 앞에 생긴 화장품 매장을 점심시간마다 들락거리곤 했는데요. 당시 매장의 제품 진열은 브랜드 별로 되어 있었습니다. 에센스를 고르려면 매장을 몇 바퀴씩 돌며 여러 브랜드의 에센스를 비교해보거나, 직원분께 추천을 받아야 했습니다. 10년쯤 전 일이라 고객 경험을 '공급자 관점'에서만 해석한 과거의 웃픈 실수 같죠. 하지만 제가 (예상하지 못하게) 그 회사로 이직한 이후인 3~4년 전, 브랜드가 아니라 카테고리 중심으로 제품을 진열한 한 매장의 실험이 우수 혁신사례로 연말에 상을 받았습니다. 그 발표와 수상 장면을 보며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고객 입장을 고려하면 정말 간단한 일인데요.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고객이 겪는 문제를 발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습니다.

    오늘 추천하는 글의 첫 번째 사례, 맥도날드 밀크셰이크도 비슷합니다. 맥도날드의 어린이 메뉴인 밀크셰이크가 직장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오전에 많이 판매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회사 입장에서만 고민한다면 답을 구하기 어려웠겠죠. 맥도날드가 찾아낸 답은 책에서 확인해보시죠! �


고객의 입장에서 선택을 돕는 매장

보틀로켓의 아주 비효율적인 와인 진열

    

    요즘 쇼핑은 때로 굉장한 에너지 소모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분명하게 그렇게 느낍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선택지가 무한에 가까워졌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많은 연구결과들이 적정 수준의 선택지 증가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서는 오히려 만족도를 떨어뜨리거나 극단적으로 선택 자체를 포기하게 했다고 보여줍니다. 저 역시 뭔가 사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백, 수천 개의 상품에 질려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해버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의 선택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죠. 개인에 맞춤화된 서비스들, 인기 있고 선택할 만한 제품을 추리고 순위를 매겨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들처럼요. 하지만 이런 '똑똑한' 서비스들이 정말 고객을 위한 것인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추천하는 글의 두 번째 예시는 뉴욕의 주류 매장, 보틀로켓입니다. 이 곳에서는 비효율적인 와인 진열을 만나게 됩니다. 보틀로켓의 와인 코너의 분류 기준은 흔히 볼 수 있는 와인의 종류도, 생산지별 구분도, 가격대도 아닙니다. 함께 페어링 할 음식의 종류나 이 와인을 함께 즐길 상대 같은 독특한 테마에 따라 와인을 진열합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와인은 여러 매대에 중복으로 진열되기도 합니다. 테마를 바꾸는 시즌이면 모든 장식과 와인의 위치를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보틀로켓은 이 비효율을 감수합니다.

    선물용 와인 코너도 "3번째 데이트 / 오랜 친구 / 상사" 등으로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고객의 맥락, 즉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 독특합니다. 아주 사소하지만 그 한 겹의 친근함이 고객 입장에서는 즐겁고, 공유하고 싶은 매력이 되겠죠. 책에서 보틀로켓 매장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간접적으로나마 그 흥미로운 매장에 푹 빠져들어서 제가 맡은 일에서도 이런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장 구성을 눈으로 함께 즐기고 싶다면, 책 <뭘모아싫> 을 열어보세요 �


매장 비효율을 극복하는 기술

"Alexa, 위스키 추천해줘"


    마지막 사례도 다시, 위에서 살펴본 보틀로켓입니다. 와인코너의 비효율적 진열은 공간 활용을 어렵게 합니다. 고객에게는 좋은 발견과 탐색 경험을 줄 수 있겠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분명 개선이 필요하겠죠. 보틀로켓 위스키 코너에서 그 솔루션을 조금 엿볼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와인코너와 달리 위스키 코너는 아주 단순한 선반 몇 개로 구성되는데요. 이 영역의 핵심은 가운데 놓인 AI 스피커, Alexa입니다. 알렉사에서 'Bottle Genius' 를 시작하면 구매 목적이나 평소의 취향,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도 등 여러 질문을 통해 위스키를 추천해줍니다. 추천된 위스키 아래에는 파란 조명이 들어오고, 알렉사가 그 위스키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소개해줍니다. 마치 제가 신입사원 시절 자주 들르던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과 대화했던 것처럼, 기술을 통해 매장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다양한 기술 주도의 서비스들이 온/오프라인 경험에 파고드는 요즘, 매장에 그냥 '존재하는' 서비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반응을 수집하는 Feedback Loop도 반드시 고려해야겠죠. 

    보틀로켓의 Bottle Genius와 비슷하게 예전에 세포라 매장에 방문했을 때 키오스크에서는 SkincareIQ 서비스로 제 피부 상태나 고민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었습니다. 추천 결과를 키오스크에서 출력할 때(대형서점의 책 위치 찾기 같은 제품 목록이 길게 출력됩니다) 함께 제공된 인증코드로 온라인 서베이에 응답하면 쿠폰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에 연결하면서 후속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점도 있겠지만, 고객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수집하는 좋은 경로가 되겠죠. 누군지 모를 오프라인의 미확인 방문자가 '사용자' 이자 '고객'으로 식별되는 순간이니까요. 그리고 추천받은 제품에 정말 관심을 가졌는지, 구매했는지를 안다는 것은 SkincareIQ 서비스의 IQ를 높이는데 중요한 재료가 되었을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술'에서의 이런 시도들이 너무나도 반갑지만,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을 토대로 감성적인 서비스들을 시도하길 바랍니다. 어색하고 낯선 신규 서비스겠지만 적극적으로 사용해보려 합니다. 어수룩한 실수에는 냉정하게 무시하거나 따끔하게 혼을 내주고(싫어요 버튼 꼭 필요합니다), 좋은 결과에는 극한의 칭찬을 해주려 합니다. 대부분의 챗봇, 음성인식 서비스가 그렇듯 좋은 피드백이 지능을 높이는 열쇠가 될 테니까요.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에는 보틀로켓 외에도 기술을 이용해 식음료 매장의 고객 경험을 바꾼 '레시오(로봇 바리스타, 로봇 바텐더)', '로봇 허(로봇이 일하는 레스토랑)' 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새로움들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 

아무런 대가 없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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