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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샛별 Jun 27. 2020

새로운 회사, 3일 차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한 지 딱 3일이 지났다. 짧은 시간에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또 나 스스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이 느껴져 생동감이 넘치는 날들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예전보다 길어진 출근길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출근 시간대를 다소 벗어나 사람이 붐비지 않는 버스 노선과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아침햇살, 내 취향으로 짙게 채운 플레이리스트가 있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출근 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이 아마 이 여유를 가능하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출근하는 길에 지나는 큰 대로변에서 바삐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때는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걸었던 나의 예전 출근길도 떠올랐다. 


    퇴근길에는 매번 새로운 동선을 개척하고 있다. 저녁 온도와 공기가 좋았던 그제는 회사와 집 사이를 관통하며 가로지르는 경의선 숲길을 따라 한 시간을 걸었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올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어느새 공원은 여름의 푸르름으로 가득해서 이제야 계절을 느끼게 된다. 사무실에서 가득 채워 나온 물통이 텅 비고, 옷이 땀으로 흥건해질 때쯤 끝난 퇴근길은 생동감 넘치는 러닝머신 같았다. 


    물론 새로움이 모두 좋은 경험만 있던 건 아니다. 이틀째 출근길엔 좀 익숙해져서인지 생각 없이 음악을 듣다가 내릴 곳을 지나쳐 골목을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진 오늘 퇴근길에는 하필 버스를 반대로 타는 바람에 쫄딱 젖기도 했다. 신기한 건 이런 일들이 전혀 짜증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경로를 알게 되고, 어떤 방향이 맞는지 앱이 아니라 몸으로 깨닫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새로운 환경이 내가 예상치 않은 다양한 새로움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걸까.


    그동안 계속 피해왔고 하기 싫었던, 꾸역꾸역 배워보면서도 영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일을 사흘 만에 빠르게 익히고 있다. 나를 알던 다른 사람들도 놀라겠지만,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놀랄 수밖에 없는 며칠이다. 내가 선택한 도전이니 스트레스가 될 이유가 없고, 이걸 활용해 정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 정말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져 있음이 보인다. 비 온 뒤 죽순이 자라나듯이, 출근길의 나와 퇴근길의 나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 모든 것이 새로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일 퇴근길의 내가,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의 내가 기대된다. 


    내가 성장하고 싶은 방향을 묻고 고민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어떻게 나를 지탱하는가. 동료의 성장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며 매일을 보내는 것이 뻔한 회사생활을 왜 뻔하지 않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찾을 때마다 종종 기록하려 한다. 출근길은 기대로 설레고, 퇴근길에 만족감으로 미소를 안고 떠난다. 하루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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