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로의 첫 출근을 10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시간, 이런저런 소지품을 가방에 챙겨 넣다가 예전의 첫 출근날이 떠오른다.
4년 전, 첫 이직으로 옮긴 회사로의 첫 출근길은 당시 살고 있던 집에서 고작 지하철 네 정거장이라는 짧은 거리가 인상 깊었다. 인사팀의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리다가 창문 너머로 본 청계천의 푸르름이 좋아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때때로 산책할 것 같았던 청계천을 그 건물에 근무하는 1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지 않을 거라는 건 그때의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날부터 다소 긴장했던 새로운 팀과의 만남은 너무나도 편안해서, 불과 이틀 전 유럽에서 돌아와 시차 적응으로 힘들어야 할 낮 시간을 비교적 잘 버텨냈다. 같은 질문을 던지는 여러 사람들에게 늘 비슷한 답을 하며,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사람인 내게 쏟아지는 관심에 다소 흥분해 보낸 하루는 생각보다 길고, 또 짧았다. 다만 퇴근길에는 새 회사와 사람들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리며 몰려온 졸음으로 일찍 잠에 들었던 것 같다.
2주의 짧지만 길었던 방학을 보내고 다시 나서는 내일부터의 새 출발은 어떨까. 걸어서 15분이면 닿아 이어폰도 필요하지 않았던 전 회사와 달리, 이어폰을 충전해 준비해두는 모처럼의 '긴' 출근길은 어떨까.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공간, 그리고 내일 집에 돌아오는 퇴근길은 어떤 기분으로 채워질까. 당연하게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내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충만해있길 바란다. 첫 만남의 설렘이나 좋은 첫인상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 바뀌더라도, 언제나 '처음'은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