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작년에 이직이 결정되었던 때 즈음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많은 글이 퇴사 인사를 겸한 모임에서 생각한 점이나 새로운 회사의 출근길에 떠오른 생각들을 담고 있었다. 걸어서 15분이면 사무실 내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전 회사와 달리, 새 회사는 버스를 포함해 4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었다. 생소한 풍경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적어 내려 갈 시간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길어진 출근길이 의미 있게 쓰이기도 했다.
지금은 출퇴근 1분.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작년 11월부터 거의 반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오늘 회사 시스템에 접속했을 때 갑자기 폭죽 효과가 곁들여진 팝업으로 입사 1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보여서 벌써 1년이 지난 걸 알았다. 얼마 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일에는 무뎌진 셈.
오전부터 면접이 있어서 업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조금 늦은 퇴근을 했다.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는 아쉬워 맥주를 한잔 하며 1년 간의 소회를 남겨본다.
1년 전, 첫 출근을 앞둔 설렘과 출근 이후 느꼈던 점들이 일기장을 뒤져보지 않아도 브런치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웃음이 났는데, 그때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감정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설렘과 즐거움이 아직도 남아있어서다.
이제 이 곳에서 만 1년을 함께 했고, 짧다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꽤 많은 것을 익히고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팀도, 함께 일하는 분석가도 굉장히 많아졌다. 정말 밀도 높은 1년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장하는 곡선은 어느 순간 정체되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만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곡선을 만난 느낌이다.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건 결코 '보너스'라고만 말할 수 없는 요소다.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라는데,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복지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최고의 복지가 되도록 더 성장하고 노력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자극과 긴장도 여전하다. 한 순간도 대기열이 0이 되지 않는 일들에 때로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반나절을 넘어가지 않는다. 나만큼 나를 잘 이해하고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주는 리더가 있어서이기도 하고, 서로 짐을 나눠서 들어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더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다가 다음 커리어 여정을 나설 때쯤 리더 역할을 고민하려고 했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하는 내 성향과 실무-리더십의 병행은 쉽지 않은 상황일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분석가들을 어느 정도 리드하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히 내게 동기부여가 되어 아직까지는 내 안의 갈등 없이 잘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한다. 좋은 멘토나 서포터를 만나는 것에서 나 스스로 좋은 멘토가 되기로 다짐한 것이 불과 2~3년 전이다. 지금은 좋은 멘토는 당연하고 좋은 서포터가 될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준비가 더 필요하고, 여전히 나는 좋은 데이터 분석가이고 싶기 때문에 준비 이상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고 함께 성장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꼭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