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에게
다른 사람에게 전한 편지를 얼마 전 꺼내봤다. 빈틈없이 빼곡하게 종이를 채운 편지는 혹시 오늘의 자기 모습에 조바심을 내지 않을까 걱정됐던 후배에게 썼던 것이었다.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 잘할 거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 짧은 말을 가볍게 전하기가 어려워 장문의 글이 되고 말았다. 바쁘게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종종 자신의 부족함을 토로하는 (정확히는 1인분을 못 하고 있다고 자책하는) 모습에 내 과거를 돌아보았다.
입사한 지 불과 1년인 동료이자 후배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준비를 했다. 입사 후로 나와 함께해 온 업무기록을 살펴보면서 어떤 것들을 함께해왔는지 돌아보고, 정리했다. 평가가 아니라 격려를 위해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스스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변한 게 없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배웠는지, 그게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소개해주고 싶었다. 때로 자신이 해낸 일은 자신보다 남들의 눈에 더 크게 보이기에, 그 작은 시각의 변화를 선물하기 위해 편지를 써 내려갔다. 편지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일말의 과장도 필요 없을 만큼 그 자신이 많은 것을 해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었다.
그 편지는 이미 오래전 내 손을 떠났지만 일부의 메시지들은 기억하고 싶어서 따로 적어두었다. 그리고 그 일부가 때로 나에게 쓰는 편지처럼 느껴져 이번처럼 종종 읽어본다.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지칠 때가 있었겠지.
그래도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보면 "그때 참 괜찮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자기가 가진 잠재력이나 가치를 스스로 작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주위에 끼치는 좋은 영향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거울이 되어주고 싶다. 스스로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하고 싶다. 내 편지의 수신인은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늘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자주 말했다. 늘 나는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다'라고 이야기했지만, 한번 더 꾹꾹 눌러서 써주고 싶었다. 빛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도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늦지 않게 깨달았으면 했다.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후배의 고민을 지켜보면서 나의 사회생활 2년 차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원하던 직무도 아니었고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던 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상상했던 직장인의 모습과 달리 혼자서는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은 내 모습에 점점 작아지는 시기가 있다. 사회 초년생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는 것 대신 지금 사회 초년생인 이들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편이 좋다. 아쉬움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지금 행동하는 건 모든 걸 바꿀 수도 있으니까.
편지를 전한 그때보다 훌쩍 성장해있을 후배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만날, 혹은 만나지 못할 많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이런 응원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 옆에서 꾸준하게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남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면 그만큼 나에게도 감사하고 칭찬할 일을 찾아내길.
좋은 사람들이 곁에 많아서 도움을 받았다면, 자신도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니 자신감을 갖길.
많은 것을 해냈음에도 결과로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수 있지만,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길.
자기도 모르는 가치를 알아줄 사람들은 없으니까, 그 누구보다 나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