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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un 26. 2024

시에스타의 추억


스페인 세비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와 닮은 도시”이다. 이역만리 멀리 떨어져 언어와 문화, 인종 등은 달랐지만 취향, 입맛, 성향 등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나와 닮아 있었다.


처음 세비야에 도착해 발을 내디디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세비야는 마치 도시 전체가 중세의 어느 성 Castle 같다. 옛 전통 양식을 유지한 건물들,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마차, 거리의 악사들, 곳곳의 싱그러운 오렌지 나무.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마저 든다. 늦은 밤까지 환히 불을 밝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새벽에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잔을 부딪혀 가며 담소를 나눈다.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지각색의 길거리 공연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안락하고 심심하지 않은 도시가 있다면 세비야가 아닐까 생각하던 순간이다.




무더운 여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Siesta' 문화를 나는 존중을 넘어 찬양한다. 세비야에서 즐긴 시에스타는 늦잠과 낮잠이 일상인 나에게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자 천국, 그 자체였다. (참고로 나는 종교가 없다.) 늦잠, 낮잠, 또 늦잠.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화인가!


무엇보다도 입맛에 딱 맞던 타파스와 빠에야, 뽈보, 심지어 감자칩마저 배신하지 않았다. 물처럼 마시던 달달한 샹그리아와 레몬 맥주 클라라, 또 환타는 어찌나 맛있던지. 오렌지와 레몬이 풍부한 스페인에서는 환타에 실제 과즙이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여행 끝에 3kg를 얻었지만 그건 살이 아니라 추억이고 그리움이었다.


나와 닮은 도시 세비야, 하마터면 모르고 살 뻔했다.




<세비야의 어느 날>

1.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2.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푸른 물에 몸을 식히고 시원한 까바Cava로 목을 축인다.

3. 타파스와 레몬맥주 클라라로 가볍게 배를 채운다.

4. 청소가 끝난 깨끗한 방으로 돌아가 무더위를 씻어낸 뒤 한숨 잔다.

5. 저녁 8시쯤, 샹그리아와 빠에야를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6.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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