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들려오는 벨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호텔 직원이 한 손에 과일 접시를 들고 서있었다. 담당 버틀러가 웰컴프룻을 가지고 인사를 온 것이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녀는 내게 질문을 했다.
“혹시 알코올 드링크를 마실 수 있니? 오늘 저녁 약속 있어?”
기분 좋게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던 나는 당연히 "Of course"라고 대답했고, 특별한 외출 계획은 없었다. 답변에 만족했는지 버틀러는 샴페인 세이버링 Champagne Sabering 에 나를 초대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두 외국인의 의사소통인지라 100% 알아듣진 못했지만 대충 무료로 샴페인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버틀러의 에스코트에 따라 이벤트가 열리는 라운지에 도착하니 외국인 커플 한 팀이 앉아 있었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담당 소믈리에가 유창한 영어로 호텔의 역사와 샴페인 세이버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샴페인 세이버링은 승전 후 나폴레옹이 장검으로 샴페인의 목을 쳐서 오픈한 것에서 유래한다. )
사실 나에게 이 용어 자체는 낯선 것이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Emily in Paris, 2020>에서 해당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비록 장검으로 샴페인 목 대신 엄지손가락을 날려버리긴 하지만 말이다. 드라마에서처럼 피를 보지 않으려면, 샴페인 세이버링엔 엄청난 연습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것이었다.
실제 칼을 사용하는 만큼 소믈리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마침내 ‘뿅!’하고 샴페인 목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성공을 목격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축하와 기쁨,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 좋은 날 피를 보는 불상사를 막아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이다. 그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성공적으로 오픈한 샴페인을 그날의 참석자이자 관객인 우리, 즉 오스트리아에서 온 커플과 나에게 따라주었다.
직원에 따르면 샴페인 세이버링에 1명이 참석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엔 혼자서 샴페인 한 병을 다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한 명이 아닌 셋이었기에 더 좋았다. 한 시간 남짓 사랑스러운 커플과 나란히 앉아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지려던 참에 그 커플이 내게 고마운 제안을 해 왔다.
“우린 스위트룸 투어를 예약해 놨어. 지금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샴페인 세이버링 초대에 스위트룸 투어까지!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정 중엔 예기치 못한 만남이나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직접 경험하기 전엔 미처 알지 못할 새로운 세상을 만나며 오늘도 경험이란 녀석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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