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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un 28. 2024

이탈리아에서 아이스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나의 하루는 커피로 시작된다.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기 전까진 진정으로 깨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은 일명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이다. 한 겨울에 이가 시리고 손이 시려도 아이스커피는 포기 못한다. 그러나 여행 중엔 나의 취향을 포기해야 하는, 아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안타깝게도 해외에선 분명 아이스로 주문했음에도 미지근한 커피를 받아 들고 실망할 때가 적지 않다. 작은 잔 안에 얼음 몇 조각이 뜨거운 에스프레소와 만나 절반은 녹아 담겨 있는 것이다. 심지어 hot/ice의 선택권마저 없는 곳도 많다. 이런 현상은 유럽으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졌고, 한 여름에도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아 있어야 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음이 가득 찬 제대로 된 아이스커피가 없는 피렌체에서 샤케라또 Shakerato 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흔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샤케라또는 셰이커에 에스프레소와 얼음, 설탕 내지 시럽을 넣고 흔들어 차갑게 만든 이탈리아식 커피이다.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제조법으로 인해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을 뿐 아니라, 제일 먼저 입에 닿는 풍성하고 부드러운 에스프레소 거품으로 매력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무더운 여름 이탈리아에서 마실 수 있는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커피인 것이다.


피렌체에서 나는 1일 1 샤케라또를 몸소 실천하며 여행 중 쌓였던 아이스커피에 대한 갈증과 불만을 해소했다. 그렇게 한국식 아이스커피의 대안으로 주문했던 샤케라또가 지금은 내가 맛본 인생 커피이자 인생 샤케라또이다. 여기서 맛본 샤케라또를 못 잊어 다른 데서도 종종 시도해 보지만 지금까지도 그때의 맛을 재현해 내는 곳은 없다.




그날의 온도와 분위기, 그리고 커피 내음이 빚어낸 맛은 샤케라또 한잔을 위해 다시 피렌체로 떠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곳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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