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을 본 적은 없지만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흑백의 장면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세계 각지 각종 매체에서 다루고, 수많은 사람들이 헵번의 아이코닉한 스타일과 해당 장면을 재현하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이 아이스크림 씬은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서 촬영되었으며, 오드리 헵번이 먹은 건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젤라토이다. 젤라토 Gelato는 이탈리아 정통 수제 아이스크림이자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로마 곳곳엔 크고 작은 젤라토 가게가 많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물이라 일컬어질 만큼 볼거리 가득한 이 축복받은 도시에선 연중 내내 저마다 젤라토 하나씩 들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영화 속 오드리 헵번처럼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으며 인증숏을 찍는 것이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의 부작용으로 인해 현재 스페인 광장에서 ‘먹는 행위’는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손에 젤라토를 들고 광장 주변을 서성인다.
한 해 한 해 여행의 경험치를 쌓아가며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젤라토는 로마에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느 나라, 도시보다 무수한 선택지가 놓여 있으며 저렴한 데다 양도 많다. 무엇보다 장인정신으로 만든 이탈리아의 젤라토는 어디를 가든 맛이 보장된다. 매일 커피를 마시듯 매일 다른 젤라토를 먹어보는 것은 로마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한 스쿱의 행복, 로마에선 매일 젤라토를 먹는다."
Tip!
투명한 유리 진열장 뒤에서 가지각색으로 유혹하는 젤라토는 공기 유입량이 적어 진하고 쫀득한 식감,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낮은 지방 함량이 특징이다. 우유와 달걀, 설탕으로 만든 베이스에 과일, 견과류, 초콜릿, 커피 등 향미를 더하는 천연 재료를 첨가하여 다양한 맛과 색을 자랑하며, 매일 만들기 때문에 신선하다. 또한 이탈리아의 젤라또리아는 각자의 전통 방식과 재료로 젤라토를 제조하기 때문에 똑같은 맛도 가게마다 다르고 판매하는 맛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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