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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30. 2024

와이키키 선셋에 작별을 고하며


가장 기대하지 않던 여행지가 최애로 바뀐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하와이 와이키키 선셋이다. 원래 하와이를 가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특히 혼자서는 말이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행 항공권을 검색하던 중 일부러 하와이를 경유하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직항이냐, 경유냐 고민은 되었지만 하와이를 거저 얻는 덤으로 여기며 결국 티켓팅을 했다. 하와이에서 스탑오버하면 두 곳을 함께 여행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자 혼자 하와이라니!




하와이의 선셋은 이곳의 특산품이자 떠나온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선셋 포인트로 꼽히는 명소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그중 최고는 와이키키 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비치 바 Bar 에 앉아 시원한 칵테일 한 잔 시켜놓고 여유롭게 즐기는 하와이의 풍경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절경이었다.


숙소를 해변 근처로 잡은 뒤, 밤낮으로 매일같이 드나들며 먹고 마셨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 보기도 하고 저마다 이유로 웃음을 머금은 사람들을 구경했다. 스노클링이라든지 서핑 같은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행복한 사람들로 넘치는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 역시 행복했으니깐.




왜 사람들이 하와이를 지상낙원으로 일컬으며 신혼여행지로, 휴가지로 찾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냥 푸른 바다와 하늘만 봐도 좋은 것이다. 어디를 가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여행의 의무감이나 압박감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다. 혼자서도 이렇게 좋은데 함께라면 얼마나 더 좋을까.


떠나는 날, 나를 공항에 데려다줄 밴에 앉아 창밖을 보니 마침 와이키키 선셋이 내리고 있었다. 하와이에서 보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가가 시큼해져 왔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목적지(라스베이거스)로 향하면서도 아무도 듣지 못할 마음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가기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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