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AI 스타트업, OpenEvidence
헬스케어와 인공지능이 만날 때, 투자자들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입니다. 최근 미국 보스턴 근교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OpenEvidence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단 3년 만에 기업가치가 60억 달러(약 8조 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죠.
OpenEvidence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챗봇이 아닙니다. 이들은 “의사용 ChatGPT”라 불릴 만한 AI 기반 검색·분석 툴을 제공합니다.
일반 사용자가 ChatGPT로 건강 고민을 묻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의사 면허를 가진 전문가가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최신 논문에 직접 질의하고 근거 기반 답변을 받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즉, 구글 검색 + 메타분석 + AI 요약을 하나로 합친 셈이죠.
특히, NEJM(뉴잉글랜드 의학저널) 같은 권위 있는 학술지의 콘텐츠를 라이선싱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정확성과 신뢰도를 차별화합니다. 실제로 자체 모델은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OpenEvidence의 비즈니스 모델도 눈길을 끕니다.
구글처럼 제약사 광고를 삽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현재 연간 광고 매출은 5천만 달러(약 670억 원) 수준
그러나 보유한 광고 인벤토리는 4억 달러(약 5조 원) 규모
즉, 지금은 전체 파이의 일부만 활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90%가 넘는 그로스 마진은 테크 스타트업 중에서도 이례적입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할 경우, OpenEvidence는 단순 Q&A 툴을 넘어 헬스케어 생태계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학술지 콘텐츠 추가 확보 → 데이터 독점 강화
전자의무기록(EHR) 스타트업 인수 → 병원 현장까지 확장
1만여 병원·40만 명 의사 사용자 기반 → 네트워크 효과 가속화
결국, “의사의 구글”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보입니다.
OpenEvidence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헬스케어 AI 시장 전체가 지금 과열된 투자 경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OpenAI : Ashley Alexander(前 메타 임원)를 영입, 헬스케어 제품 개발 가속
Abridge : 의사-환자 대화를 기록·요약하는 AI로 50억 달러 밸류에이션 확보
Ambience : 1년 새 기업가치 3배 성장, 10억 달러 이상 평가
즉, 지금 의료 현장은 “누가 더 빨리,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AI를 임상 환경에 녹여낼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OpenEvidence의 부상은 단순히 또 하나의 유니콘 스타트업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의료계가 기술 산업의 중심 무대에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 혁신입니다.
제약 광고를 결합한 AI 의료 검색 엔진은 기존의 구글식 검색 광고 시장을 의료 분야로 확장하는 모델입니다. 이는 곧 의료 의사결정의 초기 단계부터 제약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열어줍니다.
둘째, 의료 현장의 근본적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수많은 논문을 검색하고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하지만 OpenEvidence 같은 AI는 논문 검색과 해석을 단 몇 초 만에 해결해 주며, 임상 환경에서 근거 기반 진료(Evidence-based Practice)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실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투자와 경쟁 구도의 가속화입니다.
Abridge, Ambience 같은 경쟁사들의 고밸류에이션 투자 사례가 보여주듯, 헬스케어 AI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OpenAI 같은 빅테크의 가세는 스타트업에겐 위협이자 동시에 시장 확장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넷째,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지금은 의료 현장에서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AI 없이는 의료 행위 자체가 비효율적이라 여겨질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의사와 AI가 파트너십을 맺는 순간, 의료 현장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퍼스트(AI-First Healthcare) 패러다임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결국 OpenEvidence의 스토리는 “의사의 구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을, 의료계에는 업무 효율화와 정확성을, 제약사에는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 다층적 구조는 AI와 헬스케어가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독보적 가치를 잘 보여주죠.
앞으로 10년, 의료계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상징하는 이름 중 하나로, 우리는 OpenEvidence를 기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