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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Z세대와 알파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타버스와 틱톡으로 진화하는 US 오픈의 팬 전략

전통과 디지털의 교차점

US 오픈은 수십 년간 뉴욕을 대표하는 스포츠 축제이자 글로벌 테니스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화려한 스타 선수와 A-list 셀럽이 모이는 코트 바깥에서도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TV에서 멀어지고 있는 Z세대·알파세대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이제 젊은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시청”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게임, 숏폼, 밈 문화를 통해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메타버스 속 US 오픈

USTA(미국 테니스 협회)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가상 US 오픈 월드를 만들었습니다. ‘Champions of the Court 2025’라는 게임에서는 아바타가 실제 플러싱 메도우 경기장을 탐험하며, 심지어 랄프로렌 매장에 들어가 스니커즈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테니스가 단 3주간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연중무휴(Always-on) 콘텐츠로 확장되는 시도입니다. USTA는 올해만 4천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목표로 하며, 이제 경쟁자는 다른 스포츠가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마블 영화 같은 모든 형태의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입니다.


틱톡과 숏폼으로 만나는 선수들

ATP(남자 투어)와 WTA(여자 투어)는 젊은 팬들을 위해 틱톡과 제휴, 그리고 Z세대 스포츠 미디어 기업 오버타임(Overtime)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오버타임은 공식 방송처럼 모든 선수를 중립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팬 시선에서 더 가깝고 솔직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예컨대, 선수들의 사소한 다툼 장면을 팬의 휴대폰 영상으로 재가공해 바이럴을 만들고, 선수의 연애나 취미 같은 비공식 스토리를 다루기도 하죠. 그 결과, 오버타임 테니스 콘텐츠 시청자의 60%는 ATP를 팔로우하지 않는 신규 유입 팬입니다.


선수들도 직접 마이크를 잡다

팬덤의 권력이 플랫폼과 협회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랭킹 4위 제시카 페굴라를 포함한 현역 선수들이 직접 팟캐스트 <The Player’s Box>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팬 소통을 넘어, 선수 스스로 내러티브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코트 안팎을 침범하는 시대, 선수들도 “내 이야기의 주인은 나”라는 선언을 하는 셈이죠.


전통 팬 vs. 젊은 팬, 그 사이의 균형

테니스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명확합니다.

충성도 높은 기존 팬층을 지키면서,

게임·틱톡·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문화적 접점으로 Z·알파세대를 끌어들이는 것.

이는 단순한 디지털 실험이 아니라, 테니스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오늘날 스포츠는 단순히 “경기를 중계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TV 시청 중심의 수동적 팬 경험보다, 게임·숏폼·밈 문화와 같은 능동적·참여형 경험을 원합니다.

US 오픈이 메타버스에서 가상 경기장을 열고, ATP·WTA가 틱톡과 협력해 스타 선수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며, 선수들 스스로 팟캐스트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all of these—는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합니다.

“테니스를 3주짜리 이벤트가 아닌, 연중무휴(Always-on)의 팬 경험으로 만들자.”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스포츠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줍니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경기장과 방송국을 넘어 메타버스·틱톡·팟캐스트로 확장하며 팬 접점을 다각화합니다.

팬 경험 관점에서는, 경기 ‘시청자(viewer)’에서 경기 ‘참여자(player)’로 정체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권력 구조 관점에서는, 협회·투어·미디어뿐 아니라 선수들 역시 콘텐츠 제작자이자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전통 팬층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는 균형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테니스가 이 균형을 잘 잡는다면, 단순히 “라켓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글로벌 팬덤 문화의 중심축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앞으로의 테니스는 코트 위 경기력이 아닌 코트 밖 스토리텔링과 팬 경험 혁신이 승부를 가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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