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결국 ‘가격’을 선택했다
지난 봄, 아마존에서 ‘Made in USA(미국산)’은 가장 뜨거운 검색어 중 하나였다.
관세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했고, 온라인 판매자들은 “국산 제조”라는 꼬리표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지 기대했다.
하지만 이 열풍은 불과 몇 주 만에 식어버렸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아마존 내 ‘Made in USA’ 검색량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판매 전환율은 거의 의미 있는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다.
리테일 컨설팅사 Momentum Commerce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4~5월 사이 ‘Made in USA’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월 170만 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실제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제품 중 ‘Made in USA’를 내세운 상품 비중은 1.5%를 넘지 못했다.
즉, 검색은 많았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잠시 애국심에 반응했지만, 결국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곧바로 기존의 저렴한 대안을 선택했다.
이번 흐름은 미국 소비자들의 가치 기준이 점점 더 가성비(value for money)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 주간 베스트셀러 1,000개 제품의 평균 판매가는 4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검색 트렌드도 가전, 명품이 아닌 생활 필수품·식료품으로 이동
컨퍼런스 보드 조사에 따르면, “Made in USA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답한 미국 성인의 비중은 2022년 이후 18% 감소
즉, 국적보다 가격·할인·편의성이 소비 결정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Made in USA’ 전략이 국경 너머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버몬트의 넥타이 브랜드 Beau Ties of Vermont는 캐나다 시장에서 “미국산”을 강조했다가 오히려 판매가 급감했다.
캐나다 고객 중 일부는 관세 부담을 이유로 구매를 거부
또 다른 고객은 정치적 이유로 불매 선언
전체 매출에서 캐나다 비중이 8% → 1% 미만으로 하락
이처럼 ‘Made in USA’ 뱃지가 미국 내 일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국외 시장에서는 부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적은 보조 수단일 뿐, 핵심 경쟁력은 가격 소비자는 일시적으로 ‘애국적 구매’에 반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성비와 편리함을 우선한다.
글로벌 전략에서 ‘국산 마케팅’은 양날의 검 특정 국가에서는 애국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정치적·문화적 반감을 유발할 수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가격·할인·재고 안정성’ 중심으로 Momentum Commerce는 “Made in USA를 판매 드라이버가 아니라 보조 차별화 요소로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K-브랜드가 글로벌로 확장할 때도 이 교훈은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산”이라는 타이틀은 K-뷰티, K-푸드처럼 일부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작동한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그 가치를 동일하게 해석하지는 않는다. 결국 가격 경쟁력, 배송 속도, 로컬 맞춤형 프로모션이 핵심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애국심보다 지갑 사정이 먼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 제품은 어디에서 만들었는가?”보다 “왜 이 가격에 이만한 가치를 주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Made in USA’ 열풍의 단명은 소비자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또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애국심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지만, 구매를 결정짓는 건 결국 ‘가격과 편리함’이다.
앞으로 아마존뿐 아니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브랜드는 국적보다는 가성비와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는 언제나 국가보다 자신의 지갑 사정을 우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