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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vs 엔비디아

AI 칩 전쟁의 새로운 국면

AI 혁신의 속도는 칩에서 결정된다. 지금까지 엔비디아(Nvidia)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며 AI 연산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며 칩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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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자체 AI 칩 TPU 확장 전략

구글은 자체 개발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자사 서비스와 클라우드 고객사에 제공해왔다. 애플,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기업들이 이미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TPU를 활용하고 있으며, 한때는 오픈AI(OpenAI)와도 협상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에 엔비디아 GPU만 취급하던 소규모 클라우드 제공업체(CoreWeave, Fluidstack, Crusoe 등)에 구글 TPU를 함께 호스팅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 – 자체 시설 확장이 속도를 못 따라가니 외부 데이터센터를 활용

시장 확장 – 스타트업 및 AI 앱 개발자들이 TPU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 다변화

실제로 런던 기반 클라우드 스타트업 Fluidstack은 뉴욕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들여오기로 합의했으며, 구글은 해당 데이터센터 리스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대 32억 달러(약 4.3조 원) 보증(backstop)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기술 협력 그 이상으로, 구글이 적극적으로 시장 판로를 열어주겠다는 신호다.


엔비디아의 긴장감

엔비디아는 GPU의 범용성과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무기로 여전히 시장을 압도한다. 젠슨 황 CEO는 “AI 개발자들은 GPU의 유연성을 선호한다”라며 경쟁 칩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업계는 다르게 본다. D.A. 데이비드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누구도 핵심 기술을 단일 공급자에게만 의존하길 원하지 않는다”라며 다변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구글의 TPU 전략은 이러한 흐름을 겨냥한 것이다.


클라우드 전쟁 속 새로운 동맹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기존 빅테크 경쟁자(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아니라, 엔비디아와 친밀한 신생 클라우드 업체들과 손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엔비디아 자본과 GPU 공급에 크게 의존했으나, 구글이 막대한 자금력과 대체 칩을 들고 등장하면서 협력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Fluidstack처럼 소규모 업체 입장에서는 구글 TPU를 도입하면 리스크 헤지가 가능하다. 엔비디아 GPU는 여전히 메인 상품이지만, 구글의 금융 지원까지 따라온다면 선택지는 넓어진다.


전략적 함의: 칩 경쟁의 다극화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제품 확장을 넘어 AI 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

구글 입장: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칩을 엔비디아의 독점 대안으로 자리잡히려는 시도

클라우드 스타트업 입장: 엔비디아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자 확보

AI 개발사 입장: 비용과 성능 측면에서 GPU 외의 선택지가 생길 수 있음

궁극적으로 이 경쟁은 AI 생태계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분화되면서 개발자들이 칩 선택 및 최적화 문제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거대한 전환기의 서막

AI 칩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니라 자본·유통·파트너십을 아우르는 종합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글의 TPU 전략은 엔비디아의 아성에 균열을 내는 첫걸음일 수 있다. 그러나 개발자 생태계가 GPU에 깊게 뿌리내린 상황에서 단기간 내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AI 칩 시장의 독점 시대가 서서히 균열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엔비디아,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회를 노리는 신생 클라우드 기업들. 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AI 산업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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